“진술 너무 생생, ‘주작’ 아니냐” 묻자…유동규 “정진상씨! 날 모독하지마”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2일 법정에서 뇌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진술 흔들기’에 나섰다. 이에 흥분한 유 전 본부장이 갑자기 컨디션 난조를 호소해 재판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이날 열린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2014년 정 전 실장에게 돈을 전달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정 전 실장 측이 “2014년 정 전 실장에게 5000만원을 언제, 어디서 줬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5월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정자동에서 돈을 받은 뒤 정 전 실장 집 앞으로 가서 줬다”고 대답했다.
변호인이 “정 전 실장이 돈을 달라고 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맞다”고 했다. 이에 변호인이 “증인은 2022년 10월5일 검찰 조사에선 정 전 실장이 돈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찾아가서 줬다고 했다. 왜 진술을 번복하냐”고 추궁하자 유 전 본부장은 “사실대로 다 말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유 전 본부장이 돈을 전달한 방식을 두고 유 전 본부장과 정 전 실장 측은 설전을 벌였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이 “김씨로부터 받은 쇼핑백에 그대로 돈을 담아 정 전 실장에게 전달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돈 받은 장소 옆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편의점에서 봉지를 받은 기억이 있다”면서도 “(2019년에) 정 전 실장에게 3000만원을 비닐봉지에 넣어서 줬던 기억과 겹쳤을 수도 있다”고 했다. 변호인이 “쇼핑백에 넣어서 줬는지, 비닐봉지에 넣어서 줬는지 확실치 않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확신은 없다”고 했다.
이에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증인은 지난해 10월5일 검찰 조사에선 검은 비닐봉지에 돈을 넣고 위에 과자를 올려서 줬다면서 한 편의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다. 당시 상황을 믿음직하게 연출하기 위해 요즘 말로 ‘주작’을 한 게 아니냐”고 몰아붙이자 유 전 본부장은 “변호사님, 변호사님!”하면서 언성을 높였다. “여러차례 걸쳐 일어난 일이다 보니까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도 했다. “법정에서 하는 진술이 또 바뀔 지 어떻게 아냐”는 변호인 측 공격에 유 전 본부장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면서 “여기서는 말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죄로 벌 받기로 하지 않았냐”고 했다.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 조사 및 면담 과정을 거론하며 그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증인은 지난해 10월5일 검찰 조사에서는 2014년에 정 전 실장이 살던 아파트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 돈을 줬다고 했지만, 검찰과 3일간 면담 조사를 한 뒤엔 진술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0월14일부터 16일까지 검찰에서 면담 조사를 장기간 받으면서 검찰로부터 회유받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변호인이 “검찰 수사관이 정 전 실장의 아파트 구조를 설명하고 나서야 본인이 착각한 걸 깨달았다고 하지 않았냐”고 따져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인은 구체적 진술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허위 진술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는 변호인의 말에 말에 유 전 본부장은 “변호사님은 3주 전 주말에 뭘 드셨는지 기억나냐”며 발끈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 변호인이 본인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간다며 “모독하지 마라”고 여러 번 고성을 내질렀다. 정 전 실장을 향해 “정진상씨! 이렇게 해도 되겠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상태 이상을 호소해 이날 재판은 갑자기 끝났다. 정 전 실장이 보석으로 풀려나고 처음 열린 재판이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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