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사단장’ 부대마다 기념관?…양구군, 1년 머문 공관에 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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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하리.
양구군은 박 전 대통령 사단장 공관이 새로운 안보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건물 노후화와 방문객 저조 등의 이유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던 공관에 개보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와 양구군의 자치행정 주체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면서부터다.
강원도 예산이 도의회를 통과해 확정되면 양구군이 1억원을 추가해 총 3억원으로 공관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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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하리. 양구보건소와 비봉초등학교 사잇길로 들어서니 낡은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윗부분이 군데군데 찢긴 표지판에는 ‘박정희’와 ‘대통령’이라는 글자만 남아 있었다. 바로 옆에는 박정희 강원 기념사업회가 지난 3월 출범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50m 남짓 비탈길을 오르자 흰색 철제 울타리가 주위를 둘러싼 ‘박정희 전 대통령 사단장 공관’이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1955년 7월부터 1956년 7월까지 1년간 육군 5사단장으로 근무하며 사용한 공관이다. 군부대 소유 대지 1673㎡에 본관 70.47㎡, 부속시설 19.9㎡ 등으로 구성됐다. 공관의 철문은 굳게 닫혀 있고, 문에는 ‘본 시설은 노후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로 당분간 폐쇄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기자가 안내문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하자 잠시 뒤 양구군청 직원이 나타나 문을 열어줬다. 이 직원은 “건물이 낡고 비가 샐 뿐 아니라 지붕에서 말벌집이 발견되는 등 사고 위험이 있어 지난해 7월부터 폐쇄했다”고 귀띔했다. 마당에 들어서자 옥색 기와를 얹은 건물 2채와 군용 소형 지프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관 안에는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사진과 분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거실에 마련된 전시공간에는 ‘조국 앞에 인생을 던지다’, ‘투철한 군인정신을 실천하다’,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기적을 이루다’ 등과 같은 박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전시물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공관으로 사용됐던 이곳은 그동안 여러 차례 보수작업을 거쳐 지휘관 관사 등으로 활용하다 건물 노후화 등의 이유로 방치됐는데 2009년 양구군이 안보관광지로 활용하겠다며 1억1600만원을 들여 옛 모습으로 복원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기념수를 보내 축하했다.
양구군은 박 전 대통령 사단장 공관이 새로운 안보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2018년부터 5년간 공관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총 162명에 불과했다. 연평균 33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건물 노후화와 방문객 저조 등의 이유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던 공관에 개보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와 양구군의 자치행정 주체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면서부터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올해 본예산에 공관 보수비 5천만원을 편성한 뒤 김진태 강원지사에게 도비 1억5천만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원도 예산이 도의회를 통과해 확정되면 양구군이 1억원을 추가해 총 3억원으로 공관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었다.
김진태 지사도 공관을 강원도 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섰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절대다수인 강원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려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국민의힘 소속 김용래 도의원은 “사단장일 때 잠깐 거쳐 간 공관을, 연간 방문객도 거의 없다시피 하는데 1억5천만원이나 들여 보수한다고 얼마나 관심 있는 콘텐츠가 될지 모르겠다. 박 전 대통령이 사단장을 여러번 했으니, 모든 지역에서 다 공관을 보수 지원해야 하느냐. 예산을 차라리 다른 곳에 투자하면 나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양구군은 공관 개보수 공사를 강행할 태세다. 양구군 관계자는 “총 3억원으로 사업을 추진하려 했는데 도비 지원이 무산됐다”며 “일단 양구군이 확보한 5천만원으로 먼저 사업을 한 뒤에 부수적인 사업은 추경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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