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트라우마’ 청동초 친구들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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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10시20분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3층에 있는 한 학급의 책상 위에 국화꽃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날 부산시교육청은 청동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판 사건 충격척도' 심리검사를 진행했다.
교육청은 다음 주부터 전 학급을 대상으로 정서적·신체적 건강 유지를 돕는 '안정화 기법'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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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550명 충격척도검사…고위험군은 치유 상담 예정
2일 오전 10시20분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3층에 있는 한 학급의 책상 위에 국화꽃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지난달 28일 등굣길 사고로 숨진 황예서 양을 추모하기 위해 친구들이 올려놓은 꽃이다. 등굣길에 끔찍한 사고로 예서가 세상을 떠난 탓인지 교실은 초등학생 특유의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조용했다. 친구의 비극을 미처 실감하지 못한 몇몇 아이가 서로 장난을 치려다가도 이내 비어있는 예서의 자리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자리를 고쳐 앉았다.
이날 부산시교육청은 청동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판 사건 충격척도’ 심리검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예서가 떠난 후 겪을 트라우마(정신적외상)를 측정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집단 검사가 시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통상 교통사고·산업재해 등을 겪거나 직접 봤던 이를 대상으로 하는 검사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등교 시간대 수많은 학생이 비극을 목격했기 때문에 재학생 전체(26학급 550여 명)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시교육청은 성인 대상의 15개 문항으로 만들어진 질문지를 22개 문항으로 쉽게 풀어 다시 구성했다.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것이 나에게 그때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나는 수면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등의 질문에 대한 점수를 수치화해, 당시 상황에 대해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 정도를 분석한 것이다.
예서가 떠난 뒤 친구들도 많이 아파하고 있다. 예서와 같은 학년이라고 한 A 학생은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잘 몰랐는데, (사고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과 담벼락에 붙어 있는 여러 글들을 보고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인 B 학생은 “그날 이후 학교 오는 길이 너무 무섭다”며 “예서 사고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슬퍼진다”고 말했다. 예서가 당한 사고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가 점차 늘고 있는 셈이다.
아직 정확한 결과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교육청은 청동초 학생의 스트레스 수치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교육청은 다음 주부터 전 학급을 대상으로 정서적·신체적 건강 유지를 돕는 ‘안정화 기법’을 시행한다. 이후 한 차례 더 검사를 한 뒤, 결과 수치가 60점 이상인 학생을 ‘고위험군’으로 구별해 개별 상담에 들어갈 계획이다. 예서가 속했던 학급에 대해 특별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개별학급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 학급 분위기를 환기해 아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사고를 잊으라’고 하는 것은 치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김혜원 호서대(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슬픔을 빨리 잊어버리라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가진 슬픔에 공감하고 나누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상담가처럼 훈련된 사람이 아이들이 표출하는 슬픔을 받아주고 감정을 꺼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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