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고금리에도 60만원 빌리려 비행기 탔다... 소액생계비 대출 씁쓸한 흥행

서혜진 2023. 5. 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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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이 출시 한 달 만에 143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 27일 소액생계비 대출 출시 이후 지난달 26일까지 대출 신청은 2만3532명, 대출금액은 총 143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금리(연 15.9%)가 취약계층 대상 대출 상품인데도 높고, 한도(최대 100만원)가 적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출시 초반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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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최대 100만원 빌려줘
출시 한달새 143억… 원정 대출도

#1. 경기 남부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얼마 전 서민금융진흥원의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으러 대전까지 내려갔다. 신청 당시 서울경기 지점은 일치감치 예약이 마감됐다. 이번달에는 월세까지 밀려 집주인이 독촉문자를 보냈다. 급한 마음에 대전으로 달려간 A씨는 기본금 50만원에 밀린 월세 30만원까지 총 80만원의 대출을 받고 안도했다.

#2. 지방 섬마을에 사는 40대 여성 B씨는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기 위해 광주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다. 지난해 신속채무조정을 체결했고 올해부터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데 벌써 두달이나 밀렸다. 다음달도 이자를 내지 못하면 3개월 연속 미납으로 신속채무조정이 실효된다. 절박한 심정으로 비행기 표를 산 B씨는 혹시 빠진 대출신청 관련 서류들이 있는지 다시 한번 가방을 들여다봤다.

2일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을 당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이 출시 한 달 만에 143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 27일 소액생계비 대출 출시 이후 지난달 26일까지 대출 신청은 2만3532명, 대출금액은 총 143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61만원이었다.

50만원 대출 건은 1만7940건, 주거비, 의료비 등 특정 자금 용도가 증빙돼 50만원 초과 대출이 나간 건은 5592건이었다.

금리(연 15.9%)가 취약계층 대상 대출 상품인데도 높고, 한도(최대 100만원)가 적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출시 초반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린 것이다. 그만큼 당장 100만원을 구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많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실제로 출시 사흘 만에 한 달 치 사전예약이 마감됐다. 생계비 대출을 받으려면 온라인이나 전화로 사전예약을 하고 전국 46곳에 마련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대출 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거주지역 근처 센터 예약에 실패한 대출 상담 신청자들은 한참 떨어진 지점으로 '대출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제주에 사는데 광주센터 예약했어요. 제주는 아예 날짜가 없어요' '왕복 8시간인데 취소자리는 어려울 것 같아서 예약했어요' 등 관련 후기글이 다수 목격됐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단순히 급전을 빌려주는 창구일 뿐 아니라 복지·취업 지원 등과 연계해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 복합 상담이 이뤄진 건수는 총 2만3474건으로, 채무조정(8456건), 복지연계(4677건), 취업 지원(1685건) 등이 함께 지원됐다.

수백~수천% 금리의 불법 사금융과 관련해 채무자 대리인 안내나 금융감독원 신고 조치 등이 병행된 사례도 463건에 달한다.

소액생계비 대출이 이처럼 '씁쓸한 흥행'을 이어가자 여당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상향하고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건의도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한도를 현재 100만원에서 2배로 상향을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소액생계비 대출이 새로운 제도다 보니까 이 제도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가져가야 하는지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소액생계비 대출 흥행에 금융권의 국민행복기금 초과 회수금을 활용해 대출 재원을 추가로 640억원 확보하기도 했다. 애초 연내 1000억원 공급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 대출 속도라면 재원이 오는 9~10월께 조기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안정적인 제도 운용을 위해 금융권 기부권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정식 예산 배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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