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정태영 여동생, 회계장부 열람 소송 최종 일부승소

[theL] '회계열람 청구사유' 첫 대법 판례…서울PMC, 재상고심 도중 상고 취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 계열사 '서울PMC(옛 종로학원)'를 상대로 소수주주로서 회계장부를 열람하게 해달라며 소송을 낸 정 부회장 친동생의 일부 승소가 확정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정 부회장의 여동생 정은미씨가 서울PMC를 상대로 제기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소송의 재상고심을 심리하던 도중 지난달 26일 서울PMC로부터 상고취하서를 접수했다.

정은미씨는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서울PMC에 일부 승소했다. 서울PMC는 당시 판결에 재상고했지만 이번에 취하한 것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서울PMC가 2015~2016년 유형자산·매출액 관련 자산관리대장과 2013~2016년 인건비·지급임차료·지급수수료 관련 원장·분개장·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 2014년 중단사업 수익·비용 관련 원장·분개장 등을 정은미씨에게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정 부회장은 서울PMC 지분 82.1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정은미씨는 같은 회사 지분 17.38%를 보유한 2대주주다. 서울PMC는 2015년 2월 종로학원 사업을 매각한 뒤 부동산 임대로 사업을 전환했다.

정은미씨는 서울PMC가 2016년부터 배당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불법 자금집행이 발생했는지 살피겠다며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요구했고, 회사가 이를 제한하자 2018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을 명시한 상법 466조 1항에 따르면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사에 서류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같은 법 2항에는 "회사가 주주의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않으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PMC는 "정은미씨가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막연하고 포괄적 이유를 기재했다"며 열람·등사 청구가 권리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1·2심은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은미씨에게 패소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상고심에서 이를 파기했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대해 "경영진의 위반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상법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또 "주주가 열람·등사청구 이유를 밝힐 때 회사가 응할 의무의 존부를 판단하거나 열람·등사에 제공할 회계장부·서류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경위·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이유에 대한 법리를 제시한 건 서울PMC 사건이 처음이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