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제 등 국민 설득 부족… 개혁 불씨 되살릴수 있을까 [尹 정부 1년 성과와 전망]

김현철 2023. 5. 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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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대 개혁
화물연대 사태로 힘받은 노동개혁
주69시간제 논란으로 제동 걸려
연금 '보험료율 인상' 딜레마 속
사교육비 경감 대책도 발표 미뤄
총선 가까워질수록 동력 약화
정부 개혁과제 올해가 '골든타임'
MZ세대 중심 공감대 강화 나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말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청년 200여명과의 노동·교육·연금 등 3대 분야 개혁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 제공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6일 대통령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이같이 3대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방향은 확고했고, 기대도 모았지만 3대 개혁은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여소야대'라는 태생적 한계에다 어려운 경제상황 등 국내외 여건이 좋지 않아서다. 3대 개혁 모두 국민적 공감과 설득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오는 10일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의 동력을 살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구체적 방안은 MZ세대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강화가 핵심이다.

'주69시간' 논란을 초래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서는 6000명 규모의 설문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국가인재 양성전략을 뒷받침할 교육개혁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한 규제완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한이 6개월 연장된 연금개혁도 사회적 공론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정부안 먼저 내놓고 뒤늦게 '경청'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종료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를 기점으로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자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3대 개혁 가운데 노동개혁에 가장 힘을 줬다.

탄력을 받는 듯했던 노동개혁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서 제동이 걸렸다. 정부안은 일이 많을 때는 주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고, 적을 땐 푹 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MZ세대는 정부 개편안이 과로와 장시간 노동을 조장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노력 없이 정부안부터 내놓으면서 일이 틀어진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 정말 중요한 노동개혁까지 추진동력을 잃어버린 채 좌초하고 있는 모양새다.

■연금·교육개혁도 '풍전등화'

야심차게 추진했던 연금개혁도 공회전 중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연금 개혁작업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간이 6개월 연장됐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보험료율 인상과 같은 '인기 없는'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연금특위는 지난 10개월간 활동에도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이 빠진 '맹탕 보고서'를 내 빈축을 샀다. 게다가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도 그동안 논의되던 연금개혁의 방향성과는 결이 다른 국민연금 수익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국회 차원의 개혁안 도출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복지부는 국회의 연금개혁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부처 내에서도 전문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조규홍 장관은 보험료율 상향 조정뿐 아니라 낮은 보장성(소득대체율)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복지부는 6월 중 재정계산보고서를 작성하고 7월 공청회를 거쳐 8~9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다음 10월께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제는 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더라도 국회안이 아닌 정부안이라는 한계 때문에 실제로 실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권 전반과 청년에서 노년까지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개혁이 중간에 좌초되지 않고 실행될 수 있다.

복지부의 개혁안이 나오는 10월은 내년 총선까지 불과 6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이어서 정치적 논란 속에 개혁 추진이 쉽지 않을 공산이 크다.

교육개혁 역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교·사대 개편방안으로 추진해 왔던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시범운영은 교육계 반발로 결국 유보됐다. 교전원은 현재 4년제인 교·사대 교육과정을 개편해 5~6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대학생들과 교원단체는 당사자와 논의가 없었다는 등 이유로 교전원 도입에 강력 반발했다. 사교육 대책 발표에도 혼선이 빚어졌다. 교육부는 당초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으나, 이를 연내 발표로 미뤘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교육부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사교육비 종합대책을 마련해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미뤄지게 됐다.

■내년 총선 '암초'…"올해가 적기"

집권 2년차는 보통 개혁을 위한 적기로 꼽힌다. 그러나 3대 개혁 대다수 과제들은 입법이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거대 야당은 정부가 세부 개혁안을 내놓을 때마다 날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 그때서야 본격적인 개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강성 노동조합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3대 개혁 동력을 실기하면 대한민국 발전이 더 늦어지게 된다"며 "내년 선거국면에 들어서면 개혁 동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법 개정사항은 조금 뒤로 미뤄놓더라도 시행령 개정 등 올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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