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두한 송영길 "나를 구속하라"…속내는 '구속 말라'?
최근 민주당을 탈당했죠. 송영길 전 대표가 오늘(2일) 검찰에 자진 출석을 했습니다. "주변을 괴롭히지 말고 본인을 구속해달라"고 요구했는데요. 하지만 검찰은 소환 통보를 하지 않았다면서 송 전 대표를 검찰청 로비에서 돌려보냈습니다. 국민의힘은 소환도 하기 전에 출석을 한 건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비판했는데, 관련 소식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너무 시끄러워서 마이크를 바짝 붙여서…]
[송영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주위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귀국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저의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검찰은 2-30대 비서들을 압수수색·임의동행이란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돈봉투 의혹'의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오늘 검찰청에 스스로 출두했습니다. 출석 요구가 없었지만 선제적으로 출석한 겁니다. 검찰은 지난 주말 사이 송 전 대표 자택과 싱크탱크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했죠. 연구소 회계담당자와 경선 캠프 인사들도 강제수사 대상이 됐습니다. 송 전 대표는 오늘 본인과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을 규탄했는데요. 선제적 출석이 '정치쇼'라는 일각의 시각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제 발로 한국에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검찰을 향해 빨리 수사하라고 했습니다 .
[송영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제가 파리에 놀다 있다 온 게 아니지 않습니까. 프랑스의 레종 도뇌르 국가 훈장을 2개 받은 유일한 대한민국 정치인입니다. 파리 경영대학원 교수로 임용되어서 강의실을 배정받고 연구실을 배정받고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을 검찰이 사실상 소환한 거 아닙니까. 왔더니 제 발로 걸어온 사람을 출국금지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수사도 않고 있습니다. 일주일째 지금 혼자 있는데 이게 저로서는 무슨 이유인지…]
송 전 대표는 오늘 선제 출석, 미리 예고를 했었죠. 검찰청 앞엔 지지자들이 대거 모여 송 전 대표를 '응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송 전 대표는 검사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검찰은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며 로비에서 돌려보냈는데요.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얼마나 준비가 안 돼 있는 거냐"고 비판했습니다. 본인에 대한 수사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기획수사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송영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1년 동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이재명 대표 수사에 올인하였습니다. 그런데 별 효과도 없고 윤석열 정권의 대미·대일 굴욕외교와 경제무능으로 민심이 계속 나빠지자 2부가 나서서 일부 언론과 야합하여 송영길을 표적 삼아 정치적 기획수사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송 전 대표의 오늘 출석 '책임지고 검찰수사에 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텐데요. 기자와 지지자들 앞에 서서는 검찰 수사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에 직접 관여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죠. 송 전 대표는 본인의 싱크탱크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 후원금은 한푼도 쓴 적이 없다고 했고요. 연구소와 경선 캠프의 회계담당을 맡았던 박 모씨와 프랑스에서 만난 게 '증거인멸 시도'였다는 검찰의 시각과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시점이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송영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저는 지금까지 먹사연 회원이자 고문으로서 회비와 후원금을 내왔지, 한 푼도 먹사연의 돈을 쓴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이 사건이 나기도 전이었잖습니까.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아무도 생각을 할 수 없었다는 상황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단체로 프랑스를 여행해서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저 한 번 만났을 뿐인데 그게 이번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검찰이 소환하기도 전에 기습적으로 출두한 정치인들의 사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03년 불법 대선 자금 모금 혐의를 받았던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와 비서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 지사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회창/당시 전 한나라당 총재 (화면출처 'YTN' / 2003년 12월 15일) : 나중에 이야기하세요. {국민께 한말씀 해주시죠. 한말씀 해주세요.} 나중에 이야기하죠.]
[안희정/당시 전 충남지사 (2018년 3월 9일) :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성실히 검찰 조사에 따라 조사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당시엔 두사람 다 당일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요. 이후 이회창 전 총재는 불입건 처리가 됐고, 안희정 전 지사는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검찰 수사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 협조한다' 즉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이 강조됐기 때문이란 분석인데요. 정치인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지지층에게 보일 수 있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송 전 대표 역시 비슷한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입니다. '나를 구속하라'는 선언이 오히려 나중에 구속영장을 '기각' 시킬 명분이 될 수 있단 겁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떳떳하다, 당당하다라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하지 않은가. 나는 도주의 의사가 전혀 없고 도주할 수도 없다, 이런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드림으로써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을 쌓겠다.]
송 전 대표가 앞선 두 사례와 다른 점도 있죠. 검찰 조사가 결국 무산됐단 점입니다. 짧은 입장만 남기고 들어간 두 사람과 달리 송 전 대표는 오늘 A4 용지 5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고, 질의응답까지 23분 간, 사실상 기자회견 내지는 성토대회를 가졌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부터 송 전 대표의 행보가 적절했느냐는 의문이 나왔습니다.
[박성민/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고 조기 귀국했고 압수수색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머지않아 검찰에서 소환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말씀을 좀 아끼시고 '겸허한 자세로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 이 말 말고는 함구하셔야죠.]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책임지겠다고 하는 자세 뭐 이런 건 보여지는데 실효성은 없어 보이고 약간은 좀 어리둥절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국민들께서 생각할 때는. '아니,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가?']
국민의힘의 비판은 한층 거셌습니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자 느닷없이 언론 통해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했다면서 수사대상인 피의자가 마음대로 수사 일정을 정할 수 있다는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한 겁니다.
[윤재옥/국민의힘 원내대표 : 어떤 범죄 피의자도 자기 마음대로 수사 일정을 못 정하는데 이는 특권의식의 발로입니다.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듯하나, 실제로는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오늘 자진 출석한 송 전 대표를 그대로 돌려보낸 건 수사 주도권을 잡으려는 거란 해석이 나왔는데요. 일종의 신경전인데 검찰 자체 스케줄에 맞춰 혐의를 입증하고 기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해석입니다. 다만 '이정근 녹취록'에 등장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감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달 21일 기각 됐죠. 열흘이 지났지만 검찰은 아직 영장 재청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탭니다. 녹취록 속 내용들, '돈을 전달했다'는 직접 진술과 '돈을 전달했다더라'는 간접 진술이 섞여있죠. 누가 누구에게, 어디서 얼마를 어떻게 줬는지 구체성에 대해서도 증거나 진술이 더 필요해보입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와 주변을 포함해 광범위한 보강수사에 나선 모양샌데요. 송 전 대표는 '이정근 녹취록' 자체가 증거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검찰이 언론에 유출한 사실상의 '피의사실 공표'고,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개인비리 수사과정에서 등장한 별건 수사라는 겁니다.
[송영길/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어떻게 4월 12일 압수수색과 동시에 JTBC 녹취록 보도가 될 수가 있는가요? 별건수사는 대한민국 법체계에서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초로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9700만원 돈봉투 의혹 사실에 집중하여 규명하되, 실제 사실이 부풀려진 것으로 판단되면 중단해야 합니다.]
이런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JTBC의 녹취록의 출처가 검찰, 이란 주장을 펴고 있는데요. 방대한 분량의 녹음파일의 핵심만 골라서 언론사에 줄 수 있는 건 검찰 밖에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김의겸/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어제) : 녹음파일 분량이 3만개이고요. 시간을 따지면 1500시간입니다. 검찰이라고 하는 방대한 기구가 아니면 방대한 분량의 녹음파일을 듣고 그중에서 입맛에 맞는 걸 골라서 줄 수 있는 그게 검찰밖에는 있을 수 없다, 이렇게 추정이 되는 거죠.]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방대한 녹취록을 골라내는 작업, 요즘 기술로는 크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정봉주/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무슨 20세기 삽니까? 제가 설명드릴게요. 저 프로그램 다 다운하잖아요. 녹취파일 다운 받았고요. 저거 문서 텍스트로 돌리면 5분이면 다 텍스트 다운됩니다. 거기서 한글 파일로 송영길 검색어 넣습니다. 그러면 송영길 있는 부분 뚝 떠요.]
저희 JTBC가 보도한 녹취록, 출처가 검찰이 아니라는 점, 앞서도 밝혔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요. 민주당 내에서부터 녹취록 출처나 조작 여부를 의심하는 걸론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에 귀를 귀울여야 할 듯 합니다. '국민눈높이'에 눈을 맞추란 주문입니다.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어찌 됐든지 이정근 부총장 등의 전화 녹취록, 이런 것들이 이제 생생하게 보도가 됐고요. 그것 자체를 조작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는 거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저거는 의혹이 확실하게 있네'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당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비명계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관련 소식은 잠시후 정치인사이드에서 좀 더 다뤄보겠습니다.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정치권이라고 하는 게 '야, 이거 법률적 책임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 정치적 책임이나 도의적 책임에 대해서 굉장히 강조되어 왔고 그걸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노력을 해왔죠. 그래서 민주당의 당헌 80조가 들어온 이유도 기소됐다고 해가지고 유죄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우리 민주당은 엄청난 액수의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당 아닙니까? 공당인데 그 안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손 놓고 있다, 그럼 공당이기를 좀 포기한 거 아닌가…]
송영길 전 대표는 앞으로 검찰에서 '이정근 녹취록' 신빙성을 검찰과 법원에서 다투겠다고 했는데요. 앞으로의 상황도 JTBC, 다정회에서 전해드립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송영길 "날 구속하라" 속내는 '구속 말라'?…국힘 "특권의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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