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원에 명의 빌려주고 깡통전세 떠안은 '바지 집주인'

전세사기단에 놀아난 청년
광고글 보고 현혹돼 등기이전
세입자 나가면 전세금 물어줘야
법조계 "법적 책임 피할수 없어"

"집주인도 되면서 돈 받는다는 광고글을 봤다가 이렇게 됐네요."

2일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20대 후반 A씨는 자신이 일명 '바지 임대인'이 된 사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전문업자와 공인중개사가 짜고 전세가율 100%가 넘는 주택을 "명의만 대여해달라"는 명목으로 떠넘기는 편법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경우 사회초년생임에도 '명의 대여'라는 말에 속아 집주인이 된 케이스다.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기 때문에 A씨는 집을 되팔수도 없고, 전세 세입자가 퇴거할 경우 집값보다 비싼 전세금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70만원 준다" 덜컥 등기이전

A씨는 지난 2021년 3월께 대출 관련 커뮤니티에서 집 계약 명의대여를 해주면 돈을 준다는 광고를 접했다. 빚이 있어 사정이 어려웠던 A씨는 광고글 속의 연락처를 통해 공인중개사 B씨 일당을 소개받았다.

A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한 빌라에 대해 담보대출 없이 집주인이 되라고 했다"면서 "전세를 떠안고 사는 갭투자는 불법도 아니라 문제가 없다고 설명 받고 집주인으로 등기 이전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2년 후 집을 돌려주고 시세 차익 일부를 받는 것으로 알고 각서를 써줬고 명의대여료 7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A씨가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지급한 돈은 0원으로, 전형적인 무자본 갭투자였다. 해당 빌라의 매매가는 1억 4000만원대로 현재도 그대로다.

이후에도 B씨 일당은 A씨에게 다른 부동산 매매 계약에도 명의대여를 권유했으나 A씨는 경제적 상황이 나아져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입자 연락 오자 '패닉'

A씨는 세입자 C씨의 퇴거 통보를 받고 머리가 멍해졌다. 등기 이전을 할땐 돈이 들지 않았지만 세입자에게 내줘야 할 보증금은 1억5700만원이었다. 법조계에선 A씨가 억울하게 집주인이 됐지만 구제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변호사는 "자기 명의로 부동산 계약을 하고 자기 명의로 보증금 얼마에 전세를 내준다는 것 자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니 민사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공범으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것도 모르고 자기 명의랑 자기 도장을 빌려만 줬을 뿐 그것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몰랐던 경우, 계약서에 날인 같은 것도 자기가 안 하고 세입자도 자기가 만난 적이 없는 경우에만 일부 책임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관할 지방경찰청에서는 B씨에 대해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실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