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사진가협회, 창립 25주년 기념 전시 프로젝트 “감각의 방향”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한국여성사진가협회(KOWPA)가 창립기념 행사로 여성 작가 릴레이 전시 프로젝트 ‘감각의 방향’을 진행한다.
이번 달 9일부터 11월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김영섭 사진화랑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사진을 기본으로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를 접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7명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릴레이 전시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5월9일부터 열리는 첫 기획전시 <감각의 방향_ 통로를 찾아서> 는 세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가부장제 사회가 만들어 온 대상화된 여성성을 감지하고 남녀 상호 대립적인 젠더 프레임으로부터 출구를 찾아온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 사진가인 박영숙, 사회적 재난과 여성을 주제로 탐구하는 임안나, 원초적 여성성을 신체와 관계로 접근하고 있는 김도희, 영성 여성주의(spiritual feminism)을 기반으로 하는 샤먼가이아 시리즈를 진행 중인 최인숙이 참여한다.
박영숙의 ‘꽃이 그녀를 흔든다’ 시리즈는 꽃과 여성을 향한 아름다움, 연약함이라는 문화적 상징을 거부한다. 사진 속 여성의 신체와 시선은 미화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서, 카메라 밖 세상을 향해 고유한 자아 이미지를 실현하고 있다.
최인숙은 현대 여성을 역사 이전의 고대 신화 속 여사제로 형상화한 인물 사진을 표현했다. 초자연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소품들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 인물들의 퍼포먼스 행위로 여성과 자연의 생태학적 문명의 기원을 유쾌한 화법으로 전하는 ‘샤먼 가이아’시리즈를 선보인다.
임안나의 ‘외눈박이와 천사’ 시리즈는 국내 여러 지역에서 열리는 세미누드 촬영대회에 참가하여 예술 역사에 오래된 누드라는 장르와 사진 행위를 거리 두기로 바라본 작업이다.
김도희는 ‘벽_잠행_바닥’ 시리즈를 통해 2015년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진행한 1인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10여 년 전의 큰 화재 이후 출입금지구역으로 방치되어 온 성매매업소 건물을 몰래 오가며 쓰레기를 치우고 재를 닦아낸 행위의 증거이자, 말로 할 수 없던 당시 감응의 기록물이다.
한국여성사진가협회는 1998년부터 사진예술을 통한 다양한 여성 담론을 제시하고 고정화된 재래적 젠더 관념에 질문을 던지는 여러 가지 전시를 기획하고 개최하며, 변화하는 여성문화의 담론과 함께 여성성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최인숙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회장은 “앞으로도 더 다양한 시선을 가진 여성 작가들이 사진을 통해 일상과 현실을 다채로운 화법과 서사로 엮어내는 기회의 장을 계속해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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