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업은 외국인 올 해 벌써 9.4조 담았다

강도원 기자 2023. 5. 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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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코스피 순매수 전환
삼성전자 4월에만 3조 '사자'
방산·엔터·2차전지도 러브콜
긴축 완화땐 환차익까지 기대
증시 재평가 디딤돌 될지 주목
[서울경제]

증시에서 외국인이 강달러를 등에 업고 4년 만에 코스피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각종 악재에도 시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외국인은 ‘셀 인 메이(Sell in May·5월에는 팔아라)’라는 격언이 무색할 만큼 이달 첫 거래일인 2일 코스피에서 3000억 원 이상을 쓸어 담아 올 들어 순매수액이 10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장기 투자자가 많은 외국인의 특성상 증시 재평가의 디딤돌이 될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은 이날까지 코스피에서 9조 3992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같은 기간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2019년(6조 9515억 원) 이후 4년 만이다. 순매수 규모도 2019년에 비해 2조 5000억 원가량 많다. 외국인은 2020년부터 연간으로 3년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4월까지 순매도는 10조 7235억 원에 달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에 러브콜을 집중하면서 다양한 업종에 걸쳐 순매수 행진을 보이고 있다. 외인은 지난달 삼성전자만 3조 1364억 원을 사들여 월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감산은 곧 반도체 업황 개선이라는 공식이 통할 것으로 본 외인들이 사실상 매집 수준으로 사들이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은 반도체뿐 아니라 방산(현대로템(064350) 3516억 원, 한국항공우주(047810) 2025억 원)과 자동차(현대차(005380) 3062억 원, 기아(000270) 1446억 원, 현대모비스 1602억 원), 2차전지(LG에너지솔루션(373220) 1330억 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 1172억 원), 엔터테인먼트(하이브(352820) 1564억 원) 등에서도 1000억 원 이상 순매수를 보였다. 외인의 ‘사자’ 행렬에 현대로템은 지난달 27% 급등했으며 한국항공우주는 15.6%, 하이브는 42.9% 각각 치솟았다.

외국인 매수의 동력으로는 일석이조를 노리는 ‘강달러’ 상황이 우선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외환시장에서 4.4원 오른 1342.1원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1342.9원)에 근접했다. 원화가 약세여서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좀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코스피는 주요국 증시 대비 이미 저평가된 상황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미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3배 정도인데 코스피는 1배 수준”이라며 “유럽 증시 PBR이 가장 낮지만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등 다양한 핵심 기업이 포진한 한국 증시가 훨씬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있지만 원화 약세는 일종의 헤지 효과를 (외국인에게) 제공한다”면서 “긴축 완화로 기업 주가가 오르면 주가 상승분에 환차익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와 조선·기계 등 주요 기간산업의 실적이 양호한 것도 외인의 구미를 당긴다는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익 예상치는 3조 576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 9798억 원)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분기 영업이익(3조 5927억 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외국인은 장기 투자 성향이 많아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인투자가들이 주로 반도체 등 하반기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단기에 팔고 나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5월 기준 증시가 상승하면 외인의 순매수 확률은 83.3%, 하락할 때 순매수 확률은 36.4%였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경기 회복과 반도체 업황 저점 통과 기대감 등 긍정적 요인이 많고 주가 상승세가 기대되는 만큼 외인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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