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녹취록 파문…"과장 섞인 내용" vs "노골적 공천개입"

박준우 기자 2023. 5. 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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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당 지도부의 잇단 설화로 몸살을 앓았던 국민의힘! 이번엔 태영호 최고위원의 녹취록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태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치켜세워라! 주문을 했다는 건데요. 야당은 대통령실의 노골적 공천 개입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윤리위 징계 착수로 위기에 몰린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 설상가상일까요? 최고위원에 당선된 다음날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들에게 한 말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됐는데요. 내용이 심상치 않습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의원 (3월 9일 의원회관 사무실) : 오늘 나 들어가자마자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돼!' 바로 이진복 수석이 이야기하는 거예요.]

지난 3월 9일이면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했을 즈음이죠. 민주당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던 시점인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3월 6일) : 가히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3월 6일) :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식의 문제가 없는 대일 굴종외교의 끝판왕입니다.]

[안호영/당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3월 6일) :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굴종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스스로 친일 매국 정권임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까.]

태 최고위원 말대로라면 당 지도부의 일원이 대통령실 인사에게 질타를 당한 셈입니다. 태 최고위원이 공개 최고위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책을 적극 옹호하지 않았다는 쓴소리인데요. 실제로 당일 최고위에서 윤 대통령을 감싸고 민주당을 공격한 건 김기현 대표 뿐이었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자기PR에 매진했는데요.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3월 9일) : 일본에 의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문재인 정권이 더욱 꼬이게 한 측면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 민주당 정권은 국익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당리당략과 과거에만 연연하는 좁쌀 같은 근시안으로 일관했습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3월 9일) : 지역구 국회의원 출신 최고위원으로서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발맞춰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개편하고, 부동산 혼란의 주범인 임대차 3법을 전면 개정하여…]

국민의힘의 당훈, '대통령이 보고 있다'로 바꿔야 할까요? 이진복 정무수석이 건넨 말 한 마디, 태 최고위원 입장에서 가볍게 넘기기는 어려웠을 듯한데요.

[태영호/국민의힘 의원(3월 9일 의원회관 사무실) : 그래서 앞으로 이거 최고위원 발언할 때 대통령실에서 다 들여다보고 있다…]

이 수석이 최고위 발언 내용을 공천 문제와 결부짓겠다는 뉘앙스도 풍겼다고 합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의원(3월 9일 의원회관 사무실) :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 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 그래서 내가 이제부터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사실이라면 누가 들어도 단순 경고 이상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은데요.

일단 태 최고위원은 해당 녹취는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선을 긋었습니다. 그럼에도 3월 9일 이후 태 최고위원의 태도는 눈에 띄게 바뀝니다. 외교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줄곧 상찬한 건데요. 민주당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도 누구보다 앞장섰죠.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3월 13일) :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 관계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국익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3월 16일) : 윤석열 대통령의 구상권 포기 결정은 대국적, 대승적 결단입니다. 빈손외교, 굴욕외교라는 단어 자체가 나오는 것이 비정상적입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KBS '주진우 라이브' / 3월 23일) : 대단히 잘하고 있습니다. 외교는 그렇게 해야 돼요. 저는 당연히 우리가 5점제라고 보면 5점을 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리수도 나왔습니다. 한일 회담 이후 일본이 또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외교청서를 냈죠. 태 최고위원은 이 청서를 두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화답 징표"라고 평가했는데요. 정작 이 발언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뺀 건 김기현 대표였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지난달 14일) :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그런 건 말도 안 되고요. 과거사에 대한 좀 더 진솔한 반성 같은 것이 있어야 된다는 그런 진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후에도 태 최고위원의 '윤비어천가' 릴레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에 대해 아낌 없는 찬사를 보냈는데요.

[제4회 국무회의 (1월 25일) : 저부터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신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뛰겠습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지난달 27일) : (윤석열 대통령을) '제1호 영업사원' 이러는데 저는 이건 이젠 '영업왕'의 칭호까지 저는 줘야 되겠다.]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현지시간 지난달 27일) : BTS가 저보다 백악관을 먼저 갔지만 여기 미 의회에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먼저 왔네요.]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어제) : 우리 토플(토익)로 치면 한 960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영어 연설에서 제일 중요한 거는 높낮이 인토네이션, 그다음에 어느 점에 가서 강조하고 포즈(pause)를 할 거냐, 이런 건데 그 기술적인 측면을 완전히 소화하시고 하더라고요.]

이진복 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했을 가능성, 태 최고위원의 달라진 태도로 미뤄봤을 때 작아 보이진 않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 시점 역시 태 최고위원이 당선된 직후였죠. 과장이라곤 하더라도 태 최고위원이 아예 거짓을 지어냈을 리도 없을 텐데요. 일단 태 최고위원은 "이 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녹취에 나온 발언은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이었다는 설명인데요. 이진복 수석 역시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이진복/대통령실 정무수석 (음성대역) : 금기사항으로 하는 것 중 하나가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안 합니다.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거지 여기서 하는 게 아닙니다. 저에게 의견 물으면 답할 수 있겠지만, 제가 누구를 공천 줄 위치에 있지도 않고, 그런 논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공천 개입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권칠승/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 녹취 내용대로 대통령실이 공천을 미끼로 당무에 개입했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폭거이자 불법행위입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공천 개입으로 실형을 받았던 점도 상기시켰습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때, 그때 공천 개입으로 또 실형을 받으셨잖아요? 저는 '윤 대통령, 당장에 탄핵해야 된다' 이런 분들의 주장에 대해서 동의를 하는 건 아닙니다만 어쨌든 이런 건 굉장히 위험한 신호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녹취록이 사실이면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꼬집었는데요.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 개입이 아닌지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 처음은 아닌데요. 전당대회 기간에도 대통령실 관계자가 당 대표 경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바 있습니다.

[이종철/당시 안철수 캠프 수석대변인 (3월 5일) : 행정관들이 단톡방에 특정인을 초대하면 이 초대된 특정인들이 김기현 후보 지지, 안철수 후보 비방 내용의 홍보물, 카드뉴스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이진복/대통령실 정무수석 (3월 9일) : 개인적 의사 표현 정도지, 대통령 비서실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다든지 선거운동을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이게 김기현 대표가 강조했던 당정일체의 모습일까요? 김 대표도 당 대표 후보 시절 이런 얘기를 했었죠.

[김기현/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2월 20일) : {나중에 그러면 공천할 때 공천 협조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대통령실에서.} 공천 협조라는 제도는 없죠. 의견을 듣는 거죠. 당무에 협조하는 것이죠. 대통령 의견도 들어야죠. 대통령 의견을 무시하고 그러면 공천을 진행할 건가요? 대통령 의견도 들어야죠.]

태 최고위원과 대통령실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요. 여당이나 대통령실이나 공천 개입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지난 전당대회 기간 안철수 의원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안철수/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2월 22일) : 헌법 제7조를 보면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에 대통령과 이런 공천에 대해서 의논한다, 그러면 그거는 법적인 소지가 있습니다. 저는 우선 대통령께서는 그러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김기현 후보 스스로가 자꾸만 위험한 발언을 거듭해서 대통령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불안한 후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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