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값이 비싸네요"… 고공행진 물가에 텅 빈 카트

이재현 기자 2023. 5. 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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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둔화했지만 외식 물가는 7.6% 상승해 소비자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생활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탓에 소비자들은 "물가상승폭이 줄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종로 소재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씨(23)는 "주 3회 카페에서 취업 스터디를 하는데 음료·식사비 부담이 크다"며 "5000원 미만인 치킨버거 세트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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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 위해 편의점 간편식으로 식사,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 최저가 구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로 떨어졌지만 외식 물가 상승은 여전해 소비자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은 2일 점심시간을 앞둔 시각 편의점에 진열된 도시락. /사진=이재현 기자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둔화했지만 외식 물가는 7.6% 상승해 소비자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가계 지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생활 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탓에 소비자들은 "물가상승폭이 줄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저렴한 한 끼 찾아나선 사람들


식사비 부담이 커진 사람들이 한 끼에 1만원도 채 안 하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해결한다. 사진은 4700원에 판매하는 편의점 도시락(왼쪽)과 최소 4500원인 햄버거 세트. /사진=이재현 기자
최근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편의점 도시락 등 간편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식사부터 커피, 디저트까지 한끼를 1만원이 안되는 가격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직장인 정모씨(29)는 "일주일에 한두번은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운다"며 "일찍 안 오면 인기 있는 도시락은 다 팔리고 없다"고 말했다. "도시락 하나에 5000원 정도 하는데 통신사 할인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화문역 인근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오전 11시30분 전에 도시락이 다 나갈 때도 많다"며 "점심시간에는 앉아서 식사할 자리도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식사 메뉴를 찾는 이들도 많다. 서울 종로 소재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씨(23)는 "주 3회 카페에서 취업 스터디를 하는데 음료·식사비 부담이 크다"며 "5000원 미만인 치킨버거 세트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잡히지 않는 외식 물가 상승에 울상이다. 종각역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B씨는 "술값, 택시비가 다 올라서 밤 9시만 지나도 손님이 없다"며 "술은 많이 마시지 않고 치킨만 먹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장보기는 최소" "온라인 최저가"… 고물가에 달라진 마트 풍경


식자재 값이 오르자 마트 풍경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최소한의 물건만 카트에 담았다. /사진=이재현 기자
생필품이나 식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마트 풍경도 달라졌다. 카트 한 가득 물건을 담았던 이전과 달리 계산대에 늘어선 카트는 반도 차지 않았다. 소비자 상당수가 카트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었다. 많은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니 카트를 끌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다.
2일 오후 서울역에 위치한 롯데마트에서 만난 이모씨(50대)는 "저녁상에 올릴 오이·자반고등어·과일 정도만 최소한으로 사가려고 한다"며 "과일값도 비싸져서 남편과 둘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소량 포장의 바나나를 골랐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장난감을 구매하러 나온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 탓에 온라인 쇼핑이나 할인 제품을 찾아나섰다. /사진=이재현 기자
소비자들은 할인폭이 큰 제품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찾아 나서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3)는 "지난 주말 어린이날 선물로 장난감 화장세트를 사러 갔지만 너무 비싸져서 선듯 구매하지 못했다"며 "온라인에서 가격을 비교해 보고 더 저렴한 곳에 구매했다"고 했다. 온라인 최저가로 김씨가 구매한 '시크릿쥬쥬 시크릿 화장 가방' 가격은 4만1500원이었다. 마트 판매가(6만5900원)보다 약 37% 저렴했다.

매장 직원은 "지난 주말에도 아이들이 비싼 선물을 골라 실랑이를 벌이는 가족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인기 있는 제품을 골랐다가 가격에 놀라 도로 내려놓는 모습도 포착됐다.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왔다는 김모씨(42) 일행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산리오 캐릭터 블록 제품 구매를 고민하다 포기했다. 가격이 4만3000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너무 비싼 것 아니냐"면서 "인기 있는 제품은 할인폭도 작다"고 하며 할인 제품 코너로 발을 옮겼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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