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4명 중 1명 의대 목표 공부… 학원가엔 ‘의대 진학반’ 성행
자연과학·공학·인문사회계열順
“돈 많이 벌려고” 응답 8.4% 달해
사범대·예체능·상경계열은 낮아
입시 경쟁 치열해 사교육비 늘어
2022년 총 12조… 전년비 13% ↑
과열되는 ‘의대 열풍’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초등학생 4명 중 1명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의대 진학반’이 성행하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목표 전공을 선택한 이유로는 ‘나의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라고 답한 학생이 41.1%(552명)로 가장 많았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27.3%),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8.4%), ‘국가, 사회에 공헌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5.8%) 등의 순이었다.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 유형을 묻는 응답에서도 이공계 선호가 드러났다. 응답자 23.1%는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지만 목표 고등학교를 정한 학생 중에는 과학고가 21.3%(286명)로 가장 많았다.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 유형을 정한 초등학생 중에서도 과학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16.5%로 가장 많았다.
특히 초등학생(23.9%)의 경우 중학생(20.2%)보다 높은 비율의 학생들이 의학계열을 목표로 한다고 답했다. 아직 희망 학과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초등학생(20.9%)과 비슷한 비율이었다. ‘의대 열풍’이 중·고등학생을 넘어 초등학생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들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 입시반이 학원가에서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선 ‘초등 의대반’ 간판을 내건 학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초등학생까지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을 통해 의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서울 목동의 한 의대입시학원은 중학교 1학년 1학기 과정을 마친 초등학교 5, 6학년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초등 의대반을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까지도 의대 진학을 꿈꾸는 것은 의대 의학계열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교육평가 연구소장은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진학을 원하는 것은 의대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며 “(의대 쏠림 현상은) 학문 균형 발전을 어렵게 하고 학생들의 공부 의욕을 떨어뜨리는 등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의대 선호도는 2023년도 대학 입시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고려대·서강대·연세대·한양대 4개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에 합격했음에도 등록을 포기한 수험생 수가 73명이나 됐다. 이는 전체 모집 인원인 47명보다 많은 수다. 최초 합격자 47명이 모두 등록하지 않아 다시 학생을 뽑았음에도 26명이 또다시 등록을 포기한 것이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또한 10명을 모집했지만 학생 이탈로 23명을 추가 모집했다. 의과 계열에 중복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게 입시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온라인 학습사이트 엘리하이와 엠베스트에서 이뤄졌으며 초등학교 4~6학년 502명, 중학교 1~3학년 842명이 참여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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