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비 안 오른 게 없네” 바들바들… 밥 사먹기 겁난다
물가상승률 3%대 둔화 불구
먹거리 중심 가격 상승 여전
내주 전기 요금 인상 가능성
‘고물가 그늘’ 서민 부담 가중
삼겹살·냉면 등 8개 대표 품목
1년 전보다 가격 최대 16.3% ↑
치킨·빵·우유 등 간식값도 뛰어
401개 품목 근원물가 요지부동
오펙 감산에 유가 불확실성 커
원화 약세까지 물가 안정 위협
# 일과를 마치고 퇴근한 B(32)씨는 모처럼 마트에 들러 장을 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상보다 2배가량 가격이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우유, 라면, 계란, 즉석밥 등 기본적인 식품 몇 가지만 담았는데도 금방 10만원을 훌쩍 넘겼다. 요리는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B씨는 “외식물가가 너무 올라 직접 해먹자 싶어 장을 봤는데 사 먹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을뿐더러 노동력까지 더하면 오히려 더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주변에서 식비 때문에 끼니를 줄이겠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고 하소연했다.
◆4월 물가 3%대 둔화했지만… 먹거리 부담 여전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이는 3월 상승률(4.2%) 대비 0.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한 것은 지난해 2월(3.7%) 이후 처음이다.
물가 둔화세를 견인한 건 석유류 가격이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6.4% 내렸다. 이는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휘발유(-17.0%), 경유(-19.2%), 자동차용LPG(-15.2%) 등이 하락했다. 아울러 농축수산물도 1.0% 올라 전월(3.0%)보다 상승폭이 둔화됐고, 가공식품도 7.9% 올라 전월(9.1%) 대비 상승폭이 낮아졌다. 전기·가스·수도도 23.7% 올라 전월(28.4%)보다 상승폭이 약화됐다.
당초 지난달 예정됐던 전기요금 인상 등이 미뤄지고 지난해 4월 인상에 따른 결과가 반영되면서다.
◆잘 떨어지지 않는 근원물가… 전기요금 인상도 부담 키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끈적’한 상황이다. 근원물가는 물가변동의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고 작성하는 지수를 말하는데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지난달의 경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401개 품목으로 구성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6% 올라 3월(4.8%)보다 0.2%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역시 4.0% 올라 3월과 상승폭이 같았다. 이 지수가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것은 2020년 6월 이후 34개월 만에 처음이다.
아울러 오펙플러스가 이달부터 하루 116만배럴 감산에 나서고, 러시아산 원유 공급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국제유가 안정세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넘어 연일 고점을 찍을 정도로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 대비 약세를 보여 수입물가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국제에너지 가격 급등 등에 따른 세계적 고물가 속에서 (한국은) 낮은 물가 정점을 기록했으며 상대적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국제에너지 가격 불확실성 등 향후 물가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이날 주재한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 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 및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박미영·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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