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키움, 블록딜 매수자와 연관"…키움 "누군지도 몰라"(종합)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송은경 기자 =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로 불거진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42) 대표는 통정거래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라 대표는 키움증권이 김익래(73)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 매수 주체와 연관돼 이익을 얻었을 의혹을 거듭 제기했으나 키움증권은 "매수 주체가 누군지도 모른다"며 이를 부인했다.
라 대표는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투자 전략은 가치주를 '바이앤홀드'(매수 후 보유) 하는 것이라 기본적으로 (주식을) 매수한다. 그런데 만약 팔아달라는 투자자가 있으면 일부를 매도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이걸 통정거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내 판단으로는 통정거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 판단에 따라 매수·매도 주문이 함께 들어가 거래가 체결될 수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매수·매도가를 정해놓고 사고팔며 주가를 띄우는 통정거래나 시세조종은 없었다는 얘기다.
라 대표는 "우리는 주가가 5%만 올라도 아예 매매를 안 한다. 다우데이타 급등 때도 손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폭락 사태의 배후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키움증권을 지목했다.
김 회장은 폭락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블록딜로 다우데이타 140만주(3.65%)를 4만3천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블록딜 과정에서 키움증권 계좌를 이용했으며, 블록딜 매수자는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사용한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작년 말 기준 키움증권의 최대주주는 다우기술(지분율 41.2%)이며 다우기술의 최대주주는 다우데이타(지분율 45.2%)다. 다우데이타 지분은 김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대부분을 갖고 있다. 키움증권→다우기술→다우데이타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김 회장이 사실상 키움증권의 오너다.
라 대표는 키움증권이 블록딜 매수 주체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 지분을 사간 매수자가 대규모의 반대매매를 촉발하는 매도 물량을 내놓고 한편으로는 공매도를 쳐 수익을 올렸다는 게 그의 주장의 요지다.
라 대표는 김 회장이 실제로는 공매도로 시세차익을 올렸고 이 과정에 키움증권이 도움을 줬을 의혹도 제기했다.
김 회장이 공매도 수익과 동시에 보유 주식 주가 하락으로 상속세를 절세하는 과정에 키움증권이 공매도에 필요한 증거금을 납입받지 않고 거래를 성사시켜준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라 대표는 또 "(주가 폭락 때) 키움증권과 연계된 SG증권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졌다"며 "키움증권이 조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반대매매를 냈다"고 주장했다.
라 대표는 이 같은 의혹을 토대로 김 회장을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키움증권은 라 대표의 주장이 회사와 김 회장의 신용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이날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라 대표 주장에 대해 "블록딜 매수 주체가 정확히 누군지 우리도 모른다"며 "우리가 매도 의사를 밝히면 블록딜 주관사가 알아서 매수할 사람들을 모집해서 거래하는 구조라 (김 회장 지분이) 누구한테 갔는지 우리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르는 주체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의혹을 반박했다.
이번 주가조작 의혹은 삼천리·선광·하림지주 등 9개 종목이 지난달 24일부터 SG증권을 통해 나온 매물로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불거졌다. 당국은 주가조작 세력이 투자자를 모집한 뒤 이들 명의 휴대전화와 증권계좌를 이용한 통정거래 방식으로 주가를 띄워온 것으로 의심한다.
서울남부지검·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가 있다고 보고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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