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연출 PD들 “한국과 다른 성 문화 소개하고 싶었다”

임지선 기자 2023. 5. 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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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민·김인식 PD, 일본 AV 산업 소재 논란 해명
진행맡은 신동엽 ‘동물농장’ 하차 여론엔 “죄송”
넷플리스 <성+인물: 일본편>

지난달 25일 넷플릭스는 <성+인물 : 일본편>이라는 예능 버라이어티쇼를 공개했다. 나라마다 다른 ‘성 문화’를 둘러보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본다는 프로그램이었다.

문제는 신동엽과 성시경이 일본 성인용품점을 찾고 AV(Adult Video·성인영화) 배우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이었다. 한국에서 AV 제작과 유통은 불법이다. 일본에서도 AV산업은 사기 계약과 미성년자 출연 등 성착취가 이뤄지는 부정적인 면이 함께 지적된다. <성+인물>이 야한 농담을 섞어가며 AV산업을 오락적으로만 소비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신동엽을 향해서는 SBS <TV 동물농장> 하차 요구까지 나왔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정효민·김인식 PD는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최근 불거진 논란에 ‘정면돌파’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PD는 2013년 JTBC에서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등이 출연한 <마녀사냥>을 연출한 이력이 있다.

정 PD는 “AV를 아예 다루지 않으려고도 했지만, 일본에서 AV산업이 가지는 크기를 고려할 때 피해간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일본에서 AV산업은 1조원이라는 편의점산업 규모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두 PD는 한국과 다른 성 문화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정 PD는 “AV 배우들의 일, 일을 대하는 태도, 직업적 소신, 일을 시작한 계기, 주변의 생각 등을 너무 무겁지 않게 전달하려 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AV 제작이 불법이지만, 만들고 있는 나라에서는 ‘저렇게 만드는구나’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디가 ‘맞다, 틀리다’보다는 우리가 ‘어느 정도의 위치구나’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공개 이후 온라인 등에서는 ‘AV로 성범죄율 줄어든다’ ‘포르쉐 살 수 있는 정도 (수입) 대신 아무것도 못 먹는다’ ‘하기 싫으면 거부할 수 있는 환경’ 등의 대화로 AV산업에 대해 가볍고 오락적인 접근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AV가 불법성이나 성착취 구조라는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두 PD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외피를 강조하는 답변을 내놨다.

정 PD는 “이 정도 사이즈 되는 산업에서 암(부정적인 면)이 없을 수 없다. 명과 암에서 암을 배제했다는 평가는 서운함이 있을 수 있다”며 “반대로 물어보고 싶다. (해외)여행 프로그램에서 여행산업이 가져오는 현지에 대한 문제점을 다루지 않는다면, 그것은 예능 장르에서 동의받을 수 있는 비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에서 AV가 합법화된 나라들이 오히려 메이저(주류)”라고 말했다. 김 PD는 “예능의 취지로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정 PD는 “성 인식이 다양하다고 느꼈다”면서 “공개 전에는 남녀, 세대별로 생각이 다를 줄 알았는데, 나이·세대가 아니라 결국 성을 대하는 태도가 완고한지, 좀 더 열린 태도인지가 예상보다 더 다양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신동엽은 23년째 진행 중인 SBS <TV 동물농장> MC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 PD는 “대부분 논란은 예상했지만 신동엽씨의 <동물농장> 하차 논란은 예상한 부분이 아니다”라며 “PD로서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성+인물 : 일본편>을 제작한 정효민 PD.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 연출한 김인식 PD. 넷플릭스 제공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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