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부터 홍명보~故박태준 명예회장까지... '눈물+감동' 묻어난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종합]
[OSEN=장충동, 노진주 기자] 제1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수상자들의 '영광스러운 소감'으로 가득 찼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2일 오전 11시 서울 장충동 앰버서더 풀만 그랜드볼룸에서 ‘K리그 명예의 전당’ 초대 헌액자 여섯 명에 대한 헌액식을 진행했다.
연맹은 K리그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올해 'K리그 명예의 전당'을 신설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2년마다 헌액자를 선정한다.
선정 부문은 선수-지도자-공헌자다. 연맹에 따르면 선수 부문은 1세대~4세대로 구분, 선정위원회를 통해 세대별 15명씩 총 60명의 후보를 선발했다. 이후 선정위원회, 팬, 기자단, 25개 K리그팀 사무국 대표와 감독 투표를 각 25% 반영해 세대별 1명씩 선정했다. 지도자, 공헌자 부문은 별도의 투표 과정 없이 선정위원들의 토론으로 선정했다.
초대 헌액자 선수 부문에 최순호, 홍명보, 신태용, 이동국, 지도자 부문엔 김정남 전 울산현대 감독, 공헌자 부문엔 故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헌액식은 선수 부문 시상으로 시작을 알렸다. 시간 역순으로 4세대 이동국, 3세대 신태용, 2세대 홍명보, 1세대 최순호 순서로 수상이 열렸다.
4세대 이동국은 “감사하다. 선수로 받는 상은 이번이 마지막일 거 같다. 32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는데 가장 서포터를 많이 해준 부모님께 감사 인사 전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이 상을 타게 된 것은 전북현대에서의 활약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오르게 해 주신 최강희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K리그 통산 548경기에 출전, 228골 77도움 기록을 남겼다. 리그 최다 득점, 최다 공격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K리그 우승 경험도 8회나 있다.
올 시즌 아쉬운 성적을 쓰고 있는 전북도 언급했다. 이동국은 "선수, 팬들 코칭 스태프 전부다 힘을 모아서 다시 한번 올라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동국은 '대박 패밀리' 막내 이시안 군과 '장녀' 이재시 양의 꽃다발 축하도 받았다. 이동국은 "가족들이 지지해 줘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아빠로서 이렇게 프로 선수로 성공하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날이 와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3세대 신태용 현 인도네시아 감독은 1992년~2004년까지 성남FC 전신인 일화 천마, 천안 일화, 성남 일화 등에서 활약했다. 통산 기록 401경기 99골 68도움을 남긴 전설이다.
그는 성남에서 감독으로도 성공했다. 2009년부터 성남을 지휘한 신태용 감독은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차지했다.
신태용 감독은 “큰 상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지만 K리그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K리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K리거들과) 신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우리(한국)가 월드컵 본선 10회 진출 이유엔 멘털이 있다고 강조하며 K리그의 강함을 설명했다”도 덧붙였다.
또 “전 사실은 국가대표보다 K리그에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 K리그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금 성남 일화라는 팀이 없어지고 성남FC가 있지만 ‘원클럽맨’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후배들이 더 많이 K리그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주변에서도)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큰 상 주셔서 고맙다”고 힘줘 말했다.
2세대 홍명보 현 울산 감독은 “저보다 훨씬 더 리그에 공헌한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 제가 받아 미안한 마음이 있다. 1983년 슈퍼리그가 처음 막을 올릴 때 저는 그 당시 동대문에서 볼보이 하던 축구선수였다. 경기를 보면서 무대에서 꼭 뛰어보고 싶단 목표를 세웠는데 몇 년 뒤 꿈을 이뤘다. 제가 그동안 많은 상을 받았는데, 이번 상이 가장 의미가 있지 않나”라고 소감을 밝혔다.
1992년 포항을 통해 본격 프로무대에 입문한 홍명보는 5년간 뛴 후 일본 무대로 잠시 넘어갔다. 이후 2002년 다시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이기도 하다.
홍명보 감독은 “매주 저는 일주일에 2번 K리그 피치 위에 있다. 많은 것을 느끼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발전을 이뤘지만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더 나은 미래를 그렸다.
선수 부문 마지막 수상자 최순호 현 수원FC 단장은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아련하게 모두 생각난다”며 “유년시절 때부터 지도해 주셨던 선생님들을 어제 깊이 생각해 봤다. 축구를 직업으로 선택했고, 사회생활도 해왔다. 50년 넘는 축구 인생을 지켜봐 준 부모님께도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980년 실업팀 포항제철축구단에 입단한 최순호 단장은 K리그 통산 100경기 23골 19도움을 기록했다. 1986년 포항제철에서 리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지도자 부문 헌액자 김정남 전 울산 감독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날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1989년 유공, 2005년 울산의 우승을 이끌었다.
김정남 전 감독은 손자 김민석 씨를 통해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도자 부문에 선정됐다는 소식에 놀라웠고, 또 당혹스러웠다”며 “훌륭한 선수와 팬들, 그리고 수없이 치렀던 홈-원정 경기 다 소중하다.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헌자 부문 헌액자는 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다. 그는 1973년 포항제철축구단(현 포항스틸러스)을 창단한 데 이어 1990년 한국 최초 축구전용구장 ‘포항스틸야드’를 건립했다. 그 밖에도 1994년 전남 드래곤즈 창단 등 한국 축구의 질적, 양적 성장을 일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아들’ 박성빈 씨가 대신 단상 위에 올랐다. 그는 “아버지는 축구를 참 좋아하셨다”면서 “치열했던 개발 시대에 미래 자손을 위해 늘 현장에 머무셨다. 방학 때 포항에 갈 때면 군화를 신은 채 공을 차주셨다”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갈 때면 동대문 운동장에 데려가셨고, 이후엔 손주들과 독일 월드컵을 가기도 하셨다. 특별한 ‘축구 기억’을 많이 만들어 주셨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선친께서는 미래 축구를 이끌 선수를 찾아보는 걸 좋아하셨다. 이 자리에 최순호, 홍명보, 이동국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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