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성+인물', PD가 논란에 답하다 "신동엽에게 죄송"[종합]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문제적 예능의 탄생이다. '일본편'을 시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넷플릭스 예능 '성+인물' 제작진 정효민 PD, 김인식 PD가 일련의 논란에 속시원히 답했다.
'성+인물'은 신동엽과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인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25일 '일본편'을 시작으로 베일을 벗은 이 프로그램은 일본의 성인물(AV)에 등장하는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 "AV가 성범죄율을 감소시킨다"라고 주장하거나, 청소년 관람 불가 이상의 수위 높은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쏟아내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을 불러 일으켰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 OTT가 득세하면서 성에 대한 담론이 예능으로 확장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성+인물'은 음지의 영역이라 여겨진 일본의 AV까지 양지로 끌어왔고, 성에 대한 담론을 진지하게 던지기보다는 성에 관한 관음적 시선을 예능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따가운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정효민 PD는 젊은 시청자들의 성 의식을 주제로 성에 대한 화두를 안방으로 끌어온 '마녀사냥'을 연출한 장본인이다. 이번에는 보다 자유롭고 과감한 표현이 가능한 넷플릭스를 통해 더 대담하고 발칙해진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에 도전했다.
정효민 PD는 "'마녀사냥'을 처음 시작한 게 10년 전이다. 초반에는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다. JTBC가 완전 초창기였는데, '미디어에서 성을 다루는 게 맞나'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10년 후인 지금은 미디어에서 성을 다루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 걸 생각해봤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마녀사냥' 이후 10년간 성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정말 적었구나 생각한다. 예능이 이 정도로 화제를 갖게 되면 시사, 교양에서도 다루게 된다. 사람들이 이쪽에 관심을 갖고 귀기울여 줄 수 있어서 예능이 갖는 순기능이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다양한 담론이 나올 수 있다면 예능이 한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성+인물: 일본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AV 배우들의 출연과 AV산업을 다루는 시선이다. 정효민 PD는 "갑론을박이 있겠지만 한국에서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은 불법의 영역이지만, AV를 보는 것은 불법의 영역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AV 제작하는 것이 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AV를 제작하는 것이 합법인 나라가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성인 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AV가 산업이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자체로는 법적인 문제는 없다. 물론 정서적 문제는 있을 수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저희는 이 산업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논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직업적 소명을 가지고 일하는지를 최대한 중립적 태도로 전달하면서 진지한 얘기를 전달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일본편' 속) AV 배우들의 이야기가 못 들어본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미 유튜브에서 몇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AV 배우들이 있고,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가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어떤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존중하는 태도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라며 가치판단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성+인물'에서 AV를 다뤄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정효민 PD는 '필수불가결'이라고 답했다.
그는 "성인 엔터테인먼트에서 AV라는 것은 굉장히 주류다. 1조 원에 가까운 시장이고, 일본이 편의점의 나라라고 불리는 데 그런 편의점 규모와 비슷하다. 이걸 피해가는 게 맞느냐, 당연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산업은 명과 암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기보다는, 정통적인 길을 걸어왔고 소신을 가지고 있고 그 업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그 다음에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저희가 얻어낸 성취라면 그런 것도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PD는 "AV 배우의 입에서 AV는 판타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 AV는 진짜가 아니라는 말은 AV 배우의 입장에서는 말하고 싶지 않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얘기일 수 있다. 처음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 정도 논의를 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소기의 성과가 있지 않았나"라고 자평했다.
또한 정효민 PD는 "절대 (일본의 AV 산업을) 미화하지 않았다. '일본편' 마지막을 보시면 MC들이 일본의 보통 2~30대를 만나 여러 가지 질문을 불어본다. 실제 생각을 물어보면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그냥 저희는 논의의 장을 펼쳐드리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성+인물'에 대한 논란은 MC인 신동엽과 성시경에게 튀었다. 그 중에서도 'TV동물농장',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으로 어린이, 청소년 시청자들에게도 사랑받는 '국민 MC' 신동엽에 대해서는 기존 프로그램의 하차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효민 PD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다양한 얘기와 담론이 나올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MC 분들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올 줄은"이라며 "신동엽한테는 너무 죄송한 일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 라이브가 아니라 편집을 거쳐서 나가는 건데 신동엽에 대한 얘기로 나온다는 것, 거기다 'TV동물농장' 하차에 대한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 너무 죄송했다"라고 했다.
'성+인물'은 '일본편' 공개 후 떠들썩해진 시기 대만에서 '대만편'을 촬영하고 돌아왔다. 정효민 PD는 "신동엽에게 너무 죄송해서 대만에서 사실 (논란에 대한 얘기는) 하지 못했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신동엽, 성시경 두 분이 출연자들에 대한 존중, 그분들이 하고 있는 업에 대해 희화화하거나 업신여기지 않는 듯한 포지셔닝을 원했고, 실제로 그렇게 해주셨다. 전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MC가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굿 리스너'의 역할을 했다"라고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예능 '성+인물'은 '일본편'에 이어 '대만편'으로 나아간다. '대만편'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합법화된 대만의 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정효민 PD와 제작진은 "'대만편'까지 봐달라"며 더욱 확장된 에피소드를 보면 여러 우려도 불식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만에 가면 더 얘기가 확장된다. 성이 직업에 국한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분들이 나온다. 내가 성에 대해 좀 완고하다든지, 성에 대해 포용적이라는 걸 떠나 많은 사람들이 성을 다양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향유하고,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성+인물'은 성인들이 보시면서 여러 생각을 즐길 수 있길 바라면서 만들었다"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