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차례 회의 중 합의는 7번뿐···'파행'이 기본 된 최저임금위
勞 24.7% 인상요구에 使 난색
매년 양측 무리한 요구안 제시
근로자 60% '최저임금 무감층'
소득재분배 효과도 기대 못미쳐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올해도 노동계와 경영계가 극심한 갈등을 예고했다. 하지만 심의 종국에 이르러도 임금 수준에 대한 노사의 입장 차이는 늘 그대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노사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기계적인 중립만 좇고 있다는 비판이 식지 않는 배경이다.
최임위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28일 열려던 1차 전원회의가 무산된 ‘지각 회의’다. 이날 노동계를 대표한 근로자위원은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7% 오른 1만 2000원이 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폈다. 경영계를 대표한 사용자위원은 “중소·영세 사업자가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며 노동계의 요구를 사실상 반대했다. 하지만 노사 모두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최임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 기구다. 하지만 노사를 중심으로 한 갈등은 이날 회의처럼 매년 극심했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해부터 올해까지 서른여섯 차례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확인한 결과 노·사·공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례는 일곱 번뿐이다. 노사 모두 만족할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임위는 되레 파행을 거듭해왔다. 최저임금안 표결이나 표결 이후 노사 중 퇴장·불참한 사례는 역대 심의에서 스무 차례에 달한다. 이런 노사의 불만은 봉합되지 않은 채 공익위원안이 표결을 거쳐 최저임금으로 결정되는 게 관례처럼 됐다. 실제로 공익위원안이 표결에 부쳐지거나 공익위원안으로 결정된 경우는 열여섯 차례나 기록했다.
원인은 노사 모두 최초 요구안부터 턱없이 높거나 낮은 임금 수준을 제시해왔기 때문이다. 심의는 노사가 협상식으로 임금 수준 격차를 줄여가기 때문에 늘 최초 요구안은 비현실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2000년 들어 노사 최초 요구안의 차이가 20%포인트 이내인 경우는 단 두 번에 불과했다. 심지어 2016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노동계는 전년보다 79.2% 인상된 안을 꺼냈다. 2010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경영계는 물가를 무시하고 -5.8% 삭감안까지 제시했다. 최저임금을 매년 결정해야 하다 보니 공익위원이 논의를 마무리해야 하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문제는 최임위 내 노사 갈등이 무색하게 ‘최저임금 무감층’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임위가 매년 발표하는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수준에 대한 만족도(적용 연도 최저임금 생활)를 물은 결과 ‘보통’이라고 답한 근로자는 2017년 55.29%에서 2021년 60.33%로 평균 60%대에 갇혀 있다. 사업주 역시 보통 비율은 2017년 58.02%를 제외하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0%대 초반이다. 매년 롤러코스터같은 인상률이 무색한 상황인 것이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매년 다른 경기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최저임금 수준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인정하려는 층이 두꺼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무감층이 늘수록 최저임금의 본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 최임위의 한계로 비판될 수 있다.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의 결정 요인 중 소득분배 상황을 꼽은 비율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한 자릿수로 꼴찌다. 그나마 사용자는 2018년 7%였던 답변율이 2021년 5.5%대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근로자도 5.67%에서 4.48%로 줄었다.이는 당초 최저임금제 도입 목적에 반하는 결과로 최저임금 수준이 정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임위는 최저임금의 중요한 효과 중 하나로 저임금 해소를 통한 임금 격차 완화와 소득분배 개선을 꼽는다. 노동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소득분배를 핵심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보고서대로라면 이 요구는 국민 인식과 괴리가 있는 셈이다.
최임위가 결정한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와 기업 경영에 직결된다. 지난해 최임위는 올해 적용 최저임금 심의 직후 영향을 받는 근로자를 109만 3000명에서 343만 7000명으로 추정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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