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아이들이 뛰놀 공간으로 가꿔나가겠다”···'120년 금단의 땅' 개방된다
부지 90만평 중 9만평 사전 공개
군사기지화 역사 털어내고 변화
남산~국립중앙박물관 녹지 연결
어린이 도서관 등 '미래세대' 초점
尹 "정책 살펴볼것" 취임 1년 소회
“우리나라 아이들이 뛰어놀 곳이 너무 없습니다. 개방되는 공원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가꿔 나가겠습니다.”(윤석열 대통령)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인 파인그라스에서 기자단과 만난 윤 대통령은 4일 전면 개방할 ‘용산어린이정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용산 주한 미군기지가 반환되면서 90만 평 규모의 용산 공원이 조성되고 있는데 그 중 9만 평을 먼저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용산어린이정원’이라고 이름붙였다. 대통령실은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즐기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용산 부지 내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주도했던 ‘미 10군단’의 이름을 딴 도로를 따라 장군 숙소 구역을 벗어나자 축구장 10개는 너끈히 들어갈 크기의 잔디밭이 펼쳐졌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2만평 규모의 ‘잔디마당’이다. 과거 미군 야구장으로 쓰이던 공간에 잔디를 깔아 조성했다, 시야가 탁 트인 잔디마당 북쪽으로 대통령실과 남산은 물론 빌딩 사이로 북한산 봉우리까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3월 대통령실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직접 발표하며 공원 개방을 약속했다. 그리고 취임 1주년을 앞둔 현재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을 테마로 용산어린이정원을 공개한 것이다. 이번에 개방되는 부지는 120년 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은 ‘금단의 땅’이었다. 임오군란과 청일전쟁을 겪으며 청일 군대가 용산에 번갈아 주둔한 후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을 계기로 일본이 이 지역을 군사기지화했다. 해방된 뒤에도 해당 부지가 미국에 공여되면서 최근까지 미군이 주둔했다. 2000년대 들어서야 부지 반환이 논의됐고 지난해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되면서 용산공원 조성에 속도가 붙었다. 용산어린이정원을 시작으로 용산공원이 완성될 경우 남산부터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연결되는 총 90만 평의 녹지 공간이 형성될 예정이다. 뉴욕 센트럴파크가 약 103만 평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서울 시내에 세계적인 규모의 도시공원이 들어서는 셈이다.
용산어린이정원은 단순히 잔디와 나무가 우거진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조성됐다. 공원 주출입구인 ‘14번 게이트’를 들어서면 미군이 장군 숙소로 활용하던 붉은 지붕의 단층 건물들을 전시·문화 공간으로 활용했다. ‘용산서가’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독서 공간을 제공하는가 하면 홍보관에는 용산의 역사를 미디어아트를 활용해 소개한다. 잔디마당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도 설치됐을 뿐 아니라 1967년 용산 미군기지에 살았던 수 코스너 씨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당시 미군 생활 공관도 복원해뒀다.
공원 내 곳곳에는 ‘미래 세대’에 초점을 맞춘 시설들도 들어섰다. 용산서가 한편에는 어린이만을 위한 도서관이 별도로 마련됐다.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릴 이음마당 한쪽에는 윤 대통령 취임식 당시 사용됐던 아이들의 그림이 대형 벽화로 전시됐다. 미군의 운동 시설을 그대로 활용한 ‘스포츠필드’에서는 전국유소년야구대회와 축구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용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언덕 동쪽으로는 분수공원을 만드는 공사도 한참 진행 중이다. 윤 대통령은 “날이 더워지면 아이들이 (분수공원에서) 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용산어린이공원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용산공원은 신용산역 방향의 주출입구 ‘14번 게이트’와 국립중앙박물관 방향의 부출입구를 통해 출입할 수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방문 6일 전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용산어린이정원을 둘러본 기자들을 만나 주요 정책에 대해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속도를 낼 것은 속도를 내겠다”며 취임 1년 차 소회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10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윤 대통령은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 벌써 1년이 됐다”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의롭고 공정해졌는지, 안보가 얼마만큼 확보됐는지 되돌아보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여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자화자찬식 행사는 하지 말자고 했다”면서도 “그래도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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