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여론조사 감독하는 정부위원회 설립 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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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에서 누가 민심을 정의할까.
절대적 신뢰를 갖춘 단수의 여론조사만 수행된다면 정치적 권위가 부여될 것이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정치화에 선관위가 어떻게 일조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여론조사 수치에 매몰될수록 국민의 삶은 정치에서 멀어지고 정당 간 다툼은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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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에서 누가 민심을 정의할까. 바로 여론조사다. 수십 개에 달하는 업체가 하루도 빠짐없이 수만 개의 회선을 가동하며 묻고 또 묻는다. 주초·주중·주말에 수치가 발표되면 곧장 정치적 발언의 근거로 활용되며 정부와 정당 활동에 구속력을 가한다. 공동체의 모든 문제가 ‘몇 퍼센트 우세한가’로 귀결되며 현장의 복잡성과 이해관계의 조율은 모두 사라진다. ‘여론조사 신탁통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금의 여론조사는 국민의 목소리를 자의적으로 편집한다. 주권자인 국민은 여론조사 의뢰자가 만들고 내미는 질문에 일방적인 응답을 강요당한다. 한국형 핵우산 강화, 한일 외교 단절 복원, 양곡관리법 등 전문가조차 깊은 이해가 필요한 의제를 ‘예, 아니오’만으로 답해야 한다. 맥락 없는 이분법적 답변지가 민심으로 포장되고 한 주 내내 정치적 규율로서 작동한다.
절대적 신뢰를 갖춘 단수의 여론조사만 수행된다면 정치적 권위가 부여될 것이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만도 92개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적대적 공생이 꽃핀다. 빈약한 논거, 무책임한 날조는 물론이고 상대를 폄훼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발주하고 맞춤형 결과를 요구한다.
염증이 확산하고 있지만 주치의는 되레 손을 떼고 있다. 선관위는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난립을 막고 공적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에 ‘과잉 규제’라며 반대했다.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선거 이외의 조사를 정치 현안으로 담는 것도 범위가 너무 넓다고 걱정한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정치화에 선관위가 어떻게 일조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여론조사를 민심의 방향 추로 바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여론조사의 품질을 진단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며 부정행위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는 독립된 여론조사위원회 설립을 논의해야 한다. 1977년 프랑스는 여론조사 공표·전파법을 제정하고 법무부 산하에 여론조사위원회(Commission des sondages)를 설립해 규제 집행 권한을 부여했다. 대통령과 상·하원 의장 등이 9인의 위원을 지명하며 임기 3년을 보장한다. 위원회는 여론조사 업체가 조사 규정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고 업체 간 판매 계약 방식을 제정하며 조사 기관 간 담합행위 여부를 감독한다. 여론조사 결과에 이의가 제기되면 청문회나 위원회 직권으로 법령 준수 여부에 대한 심사에 착수할 수 있다.
2022년 기준 프랑스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는 13곳으로 우리나라의 7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최대 지역 일간지 ‘우에스트 프랑스’는 지난해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 대한 논평조차 시간 낭비라며 기사를 싣지 않기로 했다.
모든 사회 현안을 좋고 싫음의 양극화된 문항으로 묻고 그 수치를 검증 없이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며 이를 민심이라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 여론조사 수치에 매몰될수록 국민의 삶은 정치에서 멀어지고 정당 간 다툼은 배가된다. 갈등을 자양분 삼는 여론조사를 언제까지 방관해야 할까.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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