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으로 닦은 춤 실력···이젠 위안 주는 댄서 되고파"
최고 춤꾼 꿈꾸며 20살 때 미국행
알바 뛰며 하루 피자 한 조각 생활
美 인기 오디션 '톱8' 되며 유명세
뉴욕 아폴로 극장 무대 등에도 서
1년 중 70~80% 공연 위해 해외로
댄스로 많은 사람들에 용기 주고파
2021년 ‘레드불 댄스 유어 스타일 마이애미’ 우승, 미국 ‘슈퍼볼 2022’ 공연, 뉴욕 아폴로극장 공연, ‘태양의 서커스’ 모나코·안도라 공연, 나이키·팀버랜드 광고, 중국 전기차 니오(Nio) 광고 모델···.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한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스트리트댄서 이인영(미국명 Dassy Lee) 씨다.
댄스팀 ‘팜파탈(Femme Fatale)’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씨는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훨씬 유명한 세계적 프로 댄서다. 쉽게 이룬 자리는 아니다. 여덟 살 때부터 ‘샤크라’ 등을 보며 댄서의 꿈을 키웠고 20세에 이를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실제로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댄스로 성공하겠다는 것 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플랜 B나 플랜 C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댄스밖에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깡다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죠.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아마 못 할 겁니다.”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경제적 여건이었다. 한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춤을 추는 데 도움을 받을 곳이 사라진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댄스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쥐고 있었던 돈은 불과 600만 원. 집세를 내고 나니 당장 먹고살 일이 캄캄했다. 그는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상금을 받기 위해 댄스 경연 대회에 나갔다”며 “어떤 때는 피자 한 조각을 먹으며 하루를 버티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2017년 미국 폭스TV 주최의 유명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유 캔 댄스(SO YOU THINK YOU CAN DANCE)’ 시즌14에 출연하면서다. 4000여 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최종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씨는 “마지막 톱 10에 들었을 때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며 “엄마도 나중에 내가 그렇게 고생한 것을 알고 엄청 많이 울더라”고 전했다.
‘유 캔 댄스’의 성공이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다. 항상 한계에 도전하며 자신을 채찍질한 결과물이다. 남성 댄스들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파핀 댄스(poppin’ dance)’를 익히기 위해 2년 동안 피땀을 흘렸던 것도, 즉흥성을 강조하는 프리스타일 댄스에 매달리는 것도 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야 한다는 게 제 신조”라며 “지금까지 제 춤을 100점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기에 만족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심사 위원을 감동시킬 만큼 강렬한 춤 실력과 모든 장벽을 부수겠다는 의지는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나이키와 팀버랜드·아디다스 등을 포함해 7개 기업의 광고 모델로 발탁된 것이나 밀레니엄댄스콤플렉스 같은 세계 유명 댄스 스쿨에 강사로 섭외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그가 모델이 된 나이키 프린트 광고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과 강남역 부근에 붙기도 했다. 바쁘다 보니 집에 있는 날이 많지 않다. 그는 “1년 중 70~80%는 해외에서 보내는 것 같다”며 “오늘(인터뷰 당일)도 방금 디트로이트에서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으며 사흘 후에는 캐나다에서, 또 나흘 뒤에는 워싱턴DC에서 공연이 잡혀 있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댄스는 단순한 삶의 수단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다. 사회성을 배우고 온갖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줬으며 외로움을 이기게 해준 것이 바로 댄스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 씨는 자신의 춤이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영양제와 같은 수단이 되기 바란다. “죽을 때까지 좋은 춤으로 많은 사람에게 치유와 영감을 주기를 바랍니다. 제 댄스가 저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정말 고마운 동반자였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최근 출간한 에세이 ‘나의 꿈을 디자인하다’에서 자신을 ‘억만장자 아닌 억만장자’로 소개한 이유도 비슷하다. 진짜 억만장자처럼 돈을 많이 번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겪은 경험은 다이아몬드보다도 더 가치 있다는 의미다. 이 씨는 “춤을 저같이 춘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 죽는다고 해도 결코 슬프지 않다”고 강조했다.
송영규 선임기자 sk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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