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美은행 판박이 팩웨스트 주가 급락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1일(현지시간)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전격 인수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중소 지역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상장폐지 절차를 밟자 불안한 주식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거둬들이면서 미국 중소 은행 팩웨스트뱅코프 주가가 하루 새 10% 이상 급락했다.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으로 지난달 25일 주가가 전일 대비 50% 폭락한 뒤 다음 날에도 30% 하락하며 일주일 만에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뉴욕 증권시장에서 미국 지역은행 주가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날 투자자들은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둔 팩웨스트뱅코프 주식을 가장 많이 팔았다. 이 은행 주가는 전일 대비 10.64% 급락하며 9.07달러(약 1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가총액은 간신히 10억달러(약 1조3400억원)를 지켰다.
3월 초까지 25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던 이 은행 주가는 SVB 대규모 손실 및 증자 발표 이후 중소 지역은행에 대한 위기론이 확산되자 3월 13일 9.75달러까지 급락했다. 이후 10달러대에서 거래되며 안정을 되찾는 듯 보였지만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위기에 주가가 다시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가상화폐 미디어 회사 TFTC 창업자 마티 벤트는 트위터에 "(팩웨스트뱅코프 주가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과 섬뜩할 정도로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에만 1045억달러에 달하는 예금이 인출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올해 들어 97% 폭락했는데, 팩웨스트뱅코프도 올해 들어 60% 떨어졌다. 이날 클리블랜드에 본사를 둔 키코프는 4.8%, 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자이언즈뱅코프는 3.7% 하락했다. 댈러스의 코메리카는 2.0%, 텍사스 웨스트레이크의 찰스슈와브는 0.8% 떨어졌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 발표 직후 "은행 위기가 거의 끝났다"고 공언했지만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로버트 호킷 코넬대 로스쿨 재무학 교수는 블룸버그에 연방예금보험 한도 철폐 등을 주장하며 "은행 위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의 연속"이라고 강조했다. 게리 콘 전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도 CNBC에 출연해 "위기는 이렇게 쉽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세 번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파산한 미국 3개 은행이 보유한 자산은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 파산한 일반 은행 25곳의 자산 합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난해 12월 통계를 인용해 SVB와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올해 파산한 3개 은행의 자산 합계가 5320억달러(약 713조4000억원)에 육박한다고 보도했다. 2008년 파산한 25개 은행의 전체 자산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현재 가치로 환산하더라도 5260억달러(약 705조3000억원)로 올해 파산한 은행 자산 규모보다 작다. 2008년 통계에 리먼브러더스 등 예금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투자은행(IB)의 자산은 제외됐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은행위기를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과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어지며 은행권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매매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공실도 많아져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돼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손실이 불가피하다. JP모건이 우선주와 회사채도 인수하지 않기로 하면서 채권 투자자 역시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예금자는 예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게 됐다. JP모건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예금을 모두 인수하기로 하면서다. 대출도 그대로 유지된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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