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외국인 가사도우미 특별비자 도입을"
ADB총회서 저출산 해법 제시
여성 경제활동 늘리기 위해선
싱가포르·홍콩 이민모델 필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할 해법으로 이민 활성화를 제시했다. 특히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가사도우미 특별비자 도입을 통해 가사나 보육을 대신하게 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크레이머 교수는 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한국 세미나의 날에 참석해 "한국은 저출산 상황이고 여성의 노동 참여율도 낮다"며 "이는 한국 경제의 큰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한국의 가장 약한 고리로 '낮은 출산율,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고령화'를 꼽았다.
크레이머 교수는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이 한국의 약한 고리를 강화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육아 관련 복지를 개선하고 일·가정 양립 등 포괄적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그중 많은 국가에서 이미 채택한 방법이 이민 정책"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1970년대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가사도우미 취업 허용 대상을 내국인과 중국 동포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를 외국인 전체로 확대시키자는 게 크레이머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민 정책은 예민한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만약 완전한 이민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면 부분적으로 적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크레이머 교수가 언급한 부분적 이민 정책은 특정 업종에 대해서만 특별비자를 도입해 이민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다. 그는 "가사나 아동돌봄·노인돌봄 등에 이민자를 허용함으로써 가사노동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이고, 여성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가진 가정이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외국 인력을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해 육아노동에서 해방되면 여성 경력 단절과 저출산 문제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크레이머 교수는 가사나 보육 분야에 한정된 특별비자 도입은 주로 외국인 고령 여성 근로자가 대상인 만큼 범죄 우려나 정치적 반발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사와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다시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세금 수입이 늘어나는 재정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분이 취약한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에 대한 착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크레이머 교수는 이민자들에 대한 근로자 보호 조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고용주에게만 전속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기관에 고용될 수 있도록 하면 착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민 근로자가 늘어나면 해당 업종에 종사하던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지적에 대해 그는 "외국인 이민자가 늘어나면 국내 저숙련 근로자들에 대한 연쇄적인 임금 인상이 일어나 내국인 근로자들도 혜택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빈곤 퇴치 방법에 관한 '오링이론(O-ring Theory)'으로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오링이론은 1986년 미국 우주발사체 챌린저호의 폭발이 아주 작은 연결 고리인 고무링 'O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작은 부분의 실패가 전체의 실패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론이다.
[홍혜진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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