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여야 원내대표 만나자"....박광온 "이재명부터 만나야"
박광온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연달아 만나 협치를 강조했다. 이 수석과 윤 원내대표도 협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 제안은 거절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먼저 만나는 것이 순리라는 이유에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취임 축하 인사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 이진복 수석의 예방을 받았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의 축하 난을 들고 왔고, 난이 든 화분에는 '대통령 윤석열, 축 취임'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수석에게 "정치 복원을 위해 여당과 정부와 대통령실이 야당을 건강한 국정운영 파트너로 생각하고 대화해나갔으면 좋겠다"며 "여야가 힘을 모으고, (야당이)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모습이 국민들이 바라는 모습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협치가) 여야는 물론 대통령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수석은 "국민이 여야가 편안하게 대화를 잘해서 국가를 잘 경영해주길 바란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부러 그러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 있었다면 박 대표가 잘 이끌어주길 바라고, 저도 할 역할이 있으면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진 10여분 동안의 비공개 만남에서는 이 수석이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당대표를 먼저 만나는 게 순서가 맞다'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진행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만남 직후 기자들에게 "이 수석이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고, 여야 원내대표가 따로 만나는 과정에 본인을 부르면 올 수도 있다'고 했다"며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당대표를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만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수석과의 회동 직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와도 회동했다. 취임 인사차 국회 본청에 있는 각 원내대표실을 찾은 것이다.
박 원내대표와 윤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협치에 뜻을 모았고, 이견이 없는 법안들에 대해 적극 처리하자는 합의를 이뤘다. 윤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박 원내대표가 취임 후 (내놓은) 민생 우선, 정치복원, 무쟁점 법안 우선 처리, 통합을 위한 외연 확장 경쟁 등 메시지 하나하나 공감하는 바가 크다"며 "21대 국회 마지막 1년이라도 국민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드리는 성숙한 국회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공통공약 중 쟁점이 없는 부분부터 합의해 법안을 만들어 처리하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신뢰가 생길 것이고 더 큰 협상, 협의로 나아갈 토대가 될 것"이라며 "잘하기 경쟁을 통해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공개 회동에서는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변인은 회동 이후 "우선 과제를 논의했는데 무쟁점 대선공약 이런 부분에 대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모여 처리할 부분 협의하자고 했다"며 "헌법불합치 위헌결정을 받은 법안들이 신속하게 개정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여야 수석부대표가 논의해 처리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야가 대치 중인 쟁점 법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입법과제가 있는지',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한 논의가 있었는지' 등을 묻는 말에 "세부적인 내용을 얘기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대해선 추후 실무선에서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와 만남에선 선거제 개편, 전세사기 특별법 등을 조속히 추진해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전원위원회 소위원회를 빠르게 구성해서 최대한의 (선거제 개편) 합의안을 만들어낼 것을 제안 드린다"며 "깡통전세 대책과 관련해서도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합의가 어렵다면 여야 3당의 원내지도부가 나서서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에 "정의당과 민주당은 협력할 일이 참 많고 힘을 모아서 국가적 난제를 풀어갈 책무를 함께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정의당과 생각이 일치해왔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잠시 우리가 서운한 게 있다고 해도 그 서운함이 결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방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 회동에서는 정당 간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여야 정당 간 정례적으로 정책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선 이후 예방했을 때도 그런 얘기를 하면서 정의당과 공감대 있었다고 하고 박 원내대표도 좋은 의견이라고 했다"고 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공통 제안한 정책협의체를 민주당에서도 긍정적으로 말해 공통적인 정책을 먼저 처리해 갈 수 있도록 소통할 예정"이라고 보탰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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