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차 아닌 고급차"… 현대차·기아 승부수 통했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이 지난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판매량 기준 세계 1위인 일본 도요타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뛰어넘는 영업이익(6조4667억원)을 기록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영업이익률에서도 프리미엄 차종을 생산하는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상대적으로 판매가가 높은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 등을 제외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은 10.5%(현대차 9.5%·기아 12.1%)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는 이 같은 현대차그룹 선전의 비결로 우선 고가 브랜드 전략을 꼽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기준으로 평균 3638만원이던 현대차의 승용차 판매가격은 지난해 5000만원을 넘어섰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한 레저용 차량(RV) 가격도 같은 기간 3827만원에서 4641만원으로 뛰었다. 가장 변화폭이 컸던 것은 수출용 RV다. 4년 전 3393만원에서 지난해 6279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비주력인 승용차의 경우 판매가 차이는 거의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RV의 경우 내수용은 3340만원에서 4356만원으로, 수출용은 3885만원에서 5090만원으로 인상됐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단가가 높은 제네시스 브랜드와 RV, 그리고 친환경차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아에서는 첫 전용 전기차인 EV6, 5세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된 쏘렌토 등의 출시가 판매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고가 라인업 확충과 더불어 각종 편의사양(옵션)의 '기본화'를 판매가 인상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옵션이 하나도 없는 이른바 '깡통차'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과 같은 고가 옵션도 기본모델에 포함시켜 가격을 높이는 방식의 상품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해외, 특히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스포티지를 예로 들면, 2021년만 해도 현지 구매자 가운데 저가 트림(사양)을 선택하는 비중이 80%가 넘었으나, 신형 모델 출시 후에는 이 비중이 10%대로 떨어졌고, 지난 1분기에는 7%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달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품 가격을 높인 초기에는 판매가 어려웠지만 이후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현재의 상품 전략이 기아를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판매가격을 올리면서도 현대차·기아는 대당 원가를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기아의 대당 매출 원가는 1만9100달러로 주요 업체 가운데 가장 낮다. 가장 높은 벤츠의 30% 수준에 불과하고, 업계 평균(3만6300달러)과 비교해도 절반을 조금 넘는 숫자다. 현대차 대당 원가도 2만4000달러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낮은 대당 원가가 향후 전기차 가격 경쟁 국면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표준화와 부품 공용화 등이 현대차그룹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위해 부품을 공급하는 그룹 내 계열사들이 이익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부품사인 현대모비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3%도 안 됐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에 엔진을 공급하는 현대위아는 영업이익이 1% 감소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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