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부족, 끝이 보이지만..."손 놓으면 내년도 똑같을 것"

김성진 기자 2023. 5. 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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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멈췄다' '미뤘다' 민원 줄어..."감당 가능한 수준인듯"
수요 급증, 부실한 물류 문제..."가만 두면 내년도 문제 터질 것"
레미콘·시멘트 수급량 묶여..."유연화해야"'

전국 공사 현장을 애끓게 한 '레미콘 부족' 문제의 끝이 보인다. 아직 레미콘을 마음껏 쓰는 수준은 아니지만 레미콘이 필요한 골조 공사를 유동적으로 하면 공사 기간을 맞출 수준은 된다는게 현장의 이야기다. 올봄 레미콘 부족 문제의 원인은 수요 급증과 부실한 물류로 정리된다. 올해 공급 대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내년도 똑같은 문제를 겪을 거란 우려들이 나온다.

철근콘크리트서경인(서울·경기·인천) 사용자연합회 관계자는 2일 머니투데이에 "최근 한달은 '레미콘이 부족하다'는 회원사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현장에 레미콘이 풍족하지는 않지만 공사에 차질을 빚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지난 3월 회원사 공사 현장 200곳 중 92곳(46%)에 레미콘이 부족해 공사가 멈췄거나 지연됐다고 밝혔다. 공사 현장 중 관급 공사는 레미콘 납품 단가가 낮아 수급 부족 문제가 더 심하고, 사급 공사는 문제가 덜한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레미콘이 안 들어와 공사 진도가 안 나간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이제 민원이 안 들어와) 조용하다"며 "레미콘 부족 문제의 영향이 '심각하지는 않다' '견딜만한 수준이다'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 관계자도 "3월까지는 필요한 레미콘 양의 60~80%가 들어오는 날들이 있었다"면서도 "최근에도 "주문한 양보다 적게 들어오는 날도 있지만 체감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성신양회 단양공장 사일로(Silo·저장소)에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출하를 위해 시멘트를 옮겨 싣고 있다./사진=뉴시스.

레미콘은 공사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도록 시멘트와 물, 골재, 혼합재 등과 섞은 콘크리트 반(半) 완제품이다. 콘크리트는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골조 공사 필수품이다. 지난 2~3월 레미콘 부족 현상은 '시멘트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업계가 평소 동절기에 하던 생산설비 정기 대보수에 더해 '환경 개조'까지 해 시멘트 생산량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물류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멘트 상당수는 철도로 운송되는데 오래 쓴 화차(火車) 사용이 금지되면서 재사용을 위한 정비·보수 작업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시멘트 철도 운송량은 2010년 1459만톤에서 지난해 884만톤으로 줄었다. 그만큼 트럭인 벌크콘크리트트레일러(BCT)에 의존하게 돼 화물연대 파업에 취약하게 됐다.

시멘트 업계는 '수요 급증'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난달 초 기준 정기 대보수, 환경 개조를 하는 생산설비가 11기인데 이는 2022년과 동일한 수준이라 생산량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산량은 1분기 1094만톤으로 전년 동기 1024만톤보다 늘었다.

오히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못했던 공사를 올봄에 몰아서 진행됐고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 사고로 레미콘 1㎥(루베)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시멘트가 약 250kg에서 280kg으로 늘어나 시멘트 수요가 급증한 게 근본 원인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시멘트 수요량은 1분기 1066만톤으로 전년 987만톤에서 8% 늘었다.

시멘트 업계는 4월이면 수급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내다봤었다. 생산설비 동절기 보수, 환경 개조가 대부분 4월에 종료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시멘트 협회 관계자는 "가동할 수 있는 생산 설비 정기 보수는 하반기로 미뤘다"며 "관계 부처와 소통, 수급 상황 상시 점검, 추가 대책 마련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한일시멘트 공장을 가로지르는 국도 매포길 300~400m 구간에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BCT(벌크 시멘트 트레일러)들이 수십대 주차된 모습. 원래도 봄이면 공사 성수기라 BCT들이 시멘트를 받기 위해 공장에 줄을 서는데 올해는 수준이 심각하다고 한다. 공장 안 시멘트 창고인 '사일로' 앞에도 BCT들이 수십대 섰고, 심한 날은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공장과 인접한 도담역 앞 공터까지 BCT 줄이 늘어졌다. /사진=김성진 기자.

시멘트 업계 예상대로 레미콘 부족 사태는 차츰 수습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올봄 현실화한 문제들을 바로잡지 않으면 "내년도 똑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4월은 공사 성수기라 최소 2021년부터 매년 레미콘이 부족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광주 사고의 여파로 문제가 심각할 거라 예상돼 레미콘 업계가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문제를 예방하지는 못했다.

레미콘 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시멘트 업체 7곳의 생산설비 정기 보수, 환경 개조 일정을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시멘트 철도 운송이 정상화하도록 낡은 화차 교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멘트 업계는 업체마다 생산 설비를 한꺼번에 보수, 개조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체적으로 배분하면 된다고 반박한다.

물류에 관해서 시멘트 협회는 "전반적인 시멘트 수송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레미콘을 싣는 믹서트럭, 시멘트를 싣는 BCT 모두 국토교통부가 수량을 일정 부분 묶어두고 있다. 운반해야 할 레미콘, 시멘트가 많아진다고 믹서트럭, BCT를 유연하게 늘리지 못하는 셈이다.

시멘트 협회 관계자는 "시멘트-레미콘-건설산업 밸류체인을 약화하는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데 정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믹서트럭, BCT 수급량을 결정하는 수급조절위원회는 오는 7월 열린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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