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진 日기시다, 조기 방한…尹, 동북아 외교 주도권 잡았다
일본이 급해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8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실무방문한다.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진 일정이다. 연이은 한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가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의 주도권을 잡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2일 오후 기시다 총리의 방한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16~17일 1박2일간 일본 방문 후 50여일 만에 전격 답방이 이뤄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결단' 이후 두 달도 되지 않아 양국 정상이 오가는 '셔틀외교'가 본격화된다는 의미다.
셔틀 외교 복원은 2011년 10월 당시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서울 방문 이후 12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은 2021년 10월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일본 총리의 방한은 2018년 2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이후 5년 3개월 만이다.
당초 기시다 총리의 답방 시점은 올 여름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도중 변화가 감지됐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이후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연일 5월 초 기시다 총리의 답방설을 띄웠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 재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하며 한일정상회담 후속조치에도 발빠르게 나섰다.
이날 NHK방송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1일(현지시간) 가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7~8일 한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며 "조기 방한이 실현된다면 정상 간 깊은 신뢰 관계를 배경으로 한일 관계의 가속과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로서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한미일 정상회의 전에 윤 대통령과 만나 한일관계를 궤도에 올리고, G7 호스트로서 한미일 공조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에도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일본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의 조기 답방 배경에 대해 "우리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기에 일본 총리의 방문(답방)은 생각해볼 수 있는 외교적 순서"라며 "양국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보면 되겠고 빨라진 부분이 있다면 일본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신속성을 다시 평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가 당초 예상보다 방한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우선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일본 측의 마음을 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워싱턴 선언'이 도출되는 등 한미가 전례없이 밀착하자 한미일 협력의 열쇠를 쥐려던 일본이 조급해졌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담대하고 원칙이 있는 일본과의 외교적 결단에 대해 감사한다"며 "이는 3자(한미일) 파트너십을 강화시키고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한미간 핵협의그룹(NCG)에 자극받은 일본이 한미일 3국간 협의체 확대를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한미간 보다 공고해진 확장억제 안보동맹을 맺게 되면서 일본 측이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쥔 한국과의 신속한 협의를 요청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에선 한일관계 개선과 함께 한미일 및 한일 안보협력, 반도체 공급망 강화 등 경제안보 협력 방안 등이 두루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국내 반발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한국 방문을 계기로 과거사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를 풀고자 하는 의지에 따라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국이 이니셔티브를 잡고 가는 흐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외교적 성과를 내려면 국민들도 납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한 일본과의 안보협력 역할분담이 필요하고 일본도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과거사 문제가 아니더라도 미래 반도체 협력이나 투자 등 구체적인 발표가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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