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정효민 PD, 다시 성(性)을 다룬 이유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3. 5. 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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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정효민 PD

넷플릭스 오리지널 '성+인물'은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지난달 25일 일본편이 공개됐으며, 추후 대만편 공개를 앞두고 있다. 연출을 맡은 정효민 PD와 김민식 PD는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주 화요일 릴리즈 이후 바로 대만편 촬영에 돌입, 1일 귀국했다는 정효민 PD는 "대만에서 촬영하면서 국내 반응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면서도 "LGBT 부부와 성인을 위한 박람회를 촬영하면서 그런 반응을 보니 '성에 대한 생각은 다양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에서 성(性)은 아직 미지이자 금기의 영역이다. 특히 성을 소재로 한 콘텐츠 중 큰 성공을 거둔 건 과거 '마녀사냥' 정도가 유일하다. 공교롭게도 '마녀사냥'과 '성+인물' 모두 정효민 PD의 작품이다. 

정효민 PD는 "10년 전 '마녀사냥'을 연출할 때의 목표는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았던 '미혼의 성'을 다루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외국의 성문화를 다루고 싶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가고 개개인의 차원에서는 다루고 있는 이야기인데 미디어 차원에서는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다시 금기인 성(性)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성+인물'의 시작은 1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글로벌하게 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각기 다른 문화를 다루는 콘텐츠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넘어갔다가 넷플릭스에서 미드폼 형식의 새로운 예능을 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70~80분, 12편으로는 담을 수 없던 문제가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완결성있고 매력있는 이야기로 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성+인물'의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특히 "'마녀사냥'을 하면서 누구나 성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지만 각자의 생각과 기준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글로벌로 나가는 넷플릭스에서 성에 대한 이야기를 도전해 보고 싶었다. '성+인물'도 나라마다 연령 제한이 다르다고 하더라. 해외에서는 '한국인 MC들이 저런 이야기를 부끄러워하는 것도 신기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런 걸 비교하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인물'은 일본 편과 대만 편 두 개의 편으로 나뉘어 있다. 일본의 개방적인 성문화는 국내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반면 대만의 성문화는 아직 많은 대중들에게 생소하다. 

정효민 PD는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까운데 문화적으로는 다양한 모습이 있어서 여러 곳을 취재해 보고 다뤄봤다. 대만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알지 못하는 것 같고 저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을 취재하면서 대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막상 취재를 해보니 일본만큼의 다양한 이야기,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곳이다 보니 동성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성박람회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두 개의 나라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MC로 나선 신동엽, 성시경은 일본의 성인용품점, 성인 VR방, 성인용품 회사를 직접 방문해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다만 미성년자도 자주 보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신동엽이 '성+인물'에서 보여준 모습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과 성인이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제한까지 걸어뒀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효민 PD는 신동엽과 성시경의 MC발탁에 대해 "성이라는 아이템을 떠올렸을 때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분 같았다. 또 성에 대한 인터뷰를 끌어내는 방송에서 MC들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문화를 가진 곳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날 때의 진지하고 정중하면서 유쾌하게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신동엽과 성시경을 떠올랐다. '마녀사냥' 때의 인연으로 부탁드리게 됐다. 두 분 다 해외촬영이 쉬운 분이 아니었는데 스케줄을 잘 조율해 주셨다"라고 전했다.

이어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등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는 건 저희가 감내해야할 일이다. 다만 신동엽의 '동물농장' 하차 요구로 이어지는 건 PD로서 죄송한 지점이다. 대만편 촬영을 같이 다녀 왔는데도 너무 미안해서 이야기를 못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피해를 입은 신동엽에게 사과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인물'의 편집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정효민 PD는 "'성+인물'의 성이 SEX가 아니라 GENDER, ADULT로 확장적인 의미를 주려고 했다. 성이 사회적으로 자신을 규정하는데 큰 비중을 가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게 (일본에서 처럼) 직업적인 특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대만에서 만난 LGBT 부부에게 성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부분이지 않나. 이렇게 다른 생각과 그 안의 공통점을 드러내려고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사진=넷플릭스

또한 AV, 호스트바 등의 소재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효민 PD는 "아이템을 다룰 때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AV 역시 다뤄야 하냐 마냐, 다룬다면 어떻게 다뤄야 하냐를 고민했다. 일본의 성 문화에서 AV의 비중이 높아서 다루지 않을 수는 없었다. 우리가 보여줘야 하는 건 다양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잇테츠나 AV감독을 초청해 남성의 시각에서 소비되는 것 만이 아니라 성인이라면 즐기고 향유하는 나라도 있구나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호스트 문화도 마찬가지다. 다나카라는 캐릭터가 우리나라에서 핫한데 '그렇게 활동해도 되냐'에 대한 논의도 있지 않았나. 그렇다면 '호스트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보고 싶었다. 평가를 하려면 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롤랜드는 호스트로 시작해서 NHK에도 출연하고 책도 쓰고 강연까지 한 인물이다.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인데 이게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지 한 번 정도 들어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인물'이 의도한 건 무조건 적인 미화가 아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판단 기준 속에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어른들의 이야기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정효민 PD는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성별로 의견들이 많이 갈리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릴리즈되고 지나는 과정을 보면 성별로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나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 수용정도에 달라지는 것들이 보였다. 이런 것을 서로 이야기하면 '너와 나의 생각은 다르지만, 여기까지는 합의볼 수 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대만 편에서 성소수자를 다루는 문제 역시 역반응을 예상하고 있지만, 차분한 모습으로 그들의 의견을 담으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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