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가 성범죄율 낮춰"?…'AV 습격'에 빨간불 켜진 대중문화

이근아 2023. 5. 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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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AV 문화가 한국 안방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국에선 불법이지만 우리 모두 암묵적으로 AV를 안다'면서 양지로 나오고 있는 것.

손희정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원칙적으로 금지된 AV를 콘텐츠로 활용하면서 내용상으로는 교묘한 (합법과 불법 사이) 선 타기를 통해 '불법이지만 우리는 저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본다'는 감각을 공유하고 어필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주목도를 높이고 '우리 프로그램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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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된 넷플릭스 '성+인물' 등 AV 문화 전면에 등장
여성 대상화·성착취 등 AV의 이면 생략하고 미화 논란
편집자주
책, 소설, 영화, 드라마, 가요, 연극, 미술 등 문화 속에서 드러나는 젠더 이슈를 문화부 기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 봅니다.

"AV(Adult Video·성인물)가 많은 사람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 성범죄율을 낮추는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에 출연한 한 여성 AV 배우의 말)

일본 AV 문화가 한국 안방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국에선 불법이지만 우리 모두 암묵적으로 AV를 안다'면서 양지로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일본의 AV 산업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인권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을 생략한 채 합법과 불법 사이에 경계가 불분명한 AV콘텐츠를 예능적 요소로만 소비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적 작품' 된 '성+인물'…신동엽 하차 요구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메인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19금 토크'의 달인 신동엽과 일본 성인문화의 만남으로 홍보된 '성+인물'은 공개 직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총 6회 중 특히 문제가 된 회차는 AV 배우를 등장시킨 2·3회다. AV 배우들은 "연봉으로 포르셰를 살 수 있다"며 재력을 과시하고 신동엽이 카메라를 들고 배우와 함께 AV 촬영 구도를 재현하기도 한다. "AV가 범죄율을 낮춘다"는 발언도 여과 없이 나온다. 성폭력 문제를 왜곡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신동엽이 진행하는 SBS '동물농장'엔 하차 요구 글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는 "성적 충동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소되어야 하는 어떤 것으로 규정하는 생각이 성폭력 문제를 잘못 인식하게 한다"며"성폭력이 일어나는 위계적 폭력 구조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의식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성+인물'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AV 산업의 이면이 다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AV출연피해방지·구제법이 시행되는 등 출연자를 보호하는 법이 시행 중이다. 거짓 설명이나 강요에 의해 출연을 강요당하는 여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출연자 인권보호 문제를 도외시한다는 지적에 대해 제작진은 "예능이 담을 수 있는 최대한을 고민했다"는 입장이다. 정효민 PD는 2일 기자들을 만나 "함부로 (출연자들을) 재단하지 않고 그들이 이 일(AV업)을 대하는 태도와 소신 위주로 다루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맥락 없이 예능적 요소로만 소비되는 'AV의 습격'

'성+인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일본 AV 문화는 시나브로 한국 대중문화에 스며들고 있다. 한국 연예인들의 채널에는 AV 배우들이 스스럼없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한 예로 가수 탁재훈의 유튜브 '노빠꾸 탁재훈'에는 여성 AV 배우 오구라 유나가 초대됐다. 이후 약 두 달 만인 이날 기준 누적 조회 수는 665만 회에 달한다. 개그맨 이용진의 유튜브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에는 남자 AV 배우인 시미켄이 출연하기도 했다.

가수 탁재훈이 진행하는 채널 '노빠꾸 탁재훈'에 여성 AV 배우 오구라 유나가 등장한 회차에서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가장 큰 문제점은 AV 문화를 다루는 방식이다. 이들 콘텐츠에서는 AV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를 풍긴다. 한국에서 AV가 불법이지만 배우들은 여과 없이 출연하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콘텐츠화하는 데 윤리적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 손희정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원칙적으로 금지된 AV를 콘텐츠로 활용하면서 내용상으로는 교묘한 (합법과 불법 사이) 선 타기를 통해 '불법이지만 우리는 저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본다'는 감각을 공유한다"며 "이런 식으로 콘텐츠 주목도를 높이고 '우리 프로그램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진지한 논의가 생략된 채 예능적 요소로 이를 다루는 콘텐츠를 단순히 보수적인 우리나라의 성 문화를 깨려는 시도로 봐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아 교수는 "여성의 몸이 성적 볼거리라는 생각, 여성의 몸이 전시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접근의 문제점을 청소년에게는 진지하게 가르치지 않은 채 '막기만 하면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며 "포르노그라피 산업은 기존 시각을 강화하는 것일 뿐 우리 사회 성에 대한 보수성을 깨는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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