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택배 마약'에 뚫린 육군부대…막을 방법은?

박재연 기자 2023. 5. 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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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의 한 육군부대, 병사 5명 '대마 양성' 반응


지난달 17일, 경기 연천에 위치한 한 육군부대에 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육군 수사관들이 병사들의 생활관 천장과 사물함에서 찾아낸 건 소량의 대마초. 현장에서 병사들의 모발과 소변을 채취해 마약류 간이 검사를 했더니, 병사 5명에게서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부대 병사들이 마약류에 그대로 노출된 겁니다. 

발칵 뒤집힌 군이 병사들을 대상으로 경위를 조사했더니, 해당 부대에서 1년 넘게 함께 생활해 온 병장 2명이 주범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민간인 지인을 통해 대마초를 구입한 뒤 이를 택배로 받아 부대에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가운데 이미 전역한 한 명은 입대 전 대마초를 흡연해 민간 수사 기관에서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마초 부대 반입…다른 병사에게 판매도


두 병장은 택배로 들여온 대마초를 주로 새벽 시간대 부대 샤워장 등에서 피웠고, 다른 병사들에게 권유하거나 판매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복무 중인 병장 한 명은 조사 과정에서 "민간인 친구에게 대마초를 구입한 뒤 흡연했다"며 관련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로부터 대마초를 구매한 병사들도 새벽 시간대 샤워장 등에서 함께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를 받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군 규정상, 병사가 택배 등 우편물을 부대로 들여올 땐 간부와 함께 내용물을 개봉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국방부 부대관리 훈령 제50조 2엔 "사고 및 보안위규 발생 우려가 있다고 판단 시 소포, 등기, 택배 등 우편물은 수취인 동의하에 소속 부대장 또는 부대장이 지정한자 입회하에 수취인이 직접 개봉, 확인 후 수령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알약 형태로 위장…택배 통해 부대 반입


해당 부대에서도 이 규정대로 택배 내용물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지만, 대마초 반입을 막진 못했습니다. 두 병장이 대마초 성분을 알약 형태의 영양제로 위장해 들여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마약류를 젤리나 사탕, 과자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 유통하는 경우가 적발되고 있는데, 이처럼 마약 성분을 다른 제품 형태로 가공해 들여올 경우 육안 검사만으로는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한 군 관계자는 "병사들이 '개인 약품'이라고 주장하면, 이를 검증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코로나 사태 이후 외출 제한이 늘면서 병사들의 택배 이용도 덩달아 늘었고, 그만큼 검사해야 할 택배가 늘면서 모든 내용물을 꼼꼼하게 검사하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현장에서 나옵니다. 

익명의 병사 '내부고발'로 적발


대마초 부대 반입 사실을 모르고 있던 군이 뒤늦게 사건을 인지해 적발할 수 있었던 건 '내부고발' 덕분이었습니다. 두 병장이 주변 병사들에게 대마초를 판매하거나 권유하고, 함께 흡연하는 모습을 본 또 다른 병사가 지난달 중순쯤 익명으로 외부에 제보하며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제보를 받은 건 군 관련 문제를 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30대 남성 A 씨였습니다. A 씨는 제보받은 내용을 곧바로 군사경찰에 신고했고, 며칠 뒤 병사들 생활관에 수사관들이 찾아온 겁니다. 이처럼 문제의식을 느낀 익명의 병사가 외부에 제보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사건 적발은 물론 후속 조치도 어려웠을 겁니다. 

군내 마약류 범죄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육군이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실에 제출한 '마약사건 적발 및 처리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7건, 2021년 9건, 2022년 8건 등 매년 8건 안팎의 마약 관련 범죄가 적발됐습니다. 올해는 지난 3월까지 육군 안에서만 벌써 4건이 적발됐습니다.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육군은 우선 불시 감독을 강화하고, 마약류 범죄 수사 역량을 키운다는 방침입니다. 또 지난달 21일 수사관들을 인천국제공항에 보내 실전 사례 교육을 진행한 데 이어, 오는 6월부터는 마약범죄 전담 수사 부대를 지정해 운용하기로 했습니다. 군내 마약 탐지견을 택배 검사 등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만으로 곰팡이처럼 번지는 마약류 범죄를 막을 수 있을진 의문입니다. 마약류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누구나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와 가상화폐를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손쉽게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 군 장병들도 예외는 아닌 만큼, 고도화되는 마약류 범죄에 대응해 군의 대비 수준도 시급히 '업그레이드'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재연 기자myki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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