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 PD "AV 미화 아냐, 논의의 장 만들고 싶었다"

'성착취' 등 논란에 "신동엽에게 죄송 … 앞으로는 교양이나 다큐의 영역"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성+인물 : 일본편>의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에 입을 열었다.

2일 서울 종로구 인근 카페에서 언론과 만난 정효민, 김인석 PD는 "(성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고 싶었다"고 프로그램 제작 취지를 밝혔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AV 미화' 논란에 대해서는 "미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 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자체제작 예능프로그램 <성+인물 : 일본편>에는 남녀 AV 배우들이 직접 출연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출연자 신동엽 씨가 AV VR룸을 체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해외의 다양한 성문화를 탐방"한다는 것이 기획의 의도였지만, 해당 내용은 '포르노의 제작 및 유통이 금지된 국내에서 AV 산업을 양지화한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과 함께 찬반 형식의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정효민 PD는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프로그램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성 담론이 터져 나오는 것은 너무나 긍정적이고 즐거웠다"라며 "MC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AV를 둘러싼 '불법' 논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AV를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은 불법이다. 근데 개인이 보는 게 불법이냐 하면, 불법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제작하는 게 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AV 제작이 합법인 나라가 적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 중에는 사기계약, 강제촬영 등 업계 내 성착취 문제에도 불구 'AV산업의 긍정적 모습만을 연출했다'는 소위 '미화' 논란도 존재한다. (관련기사 ☞ 성행위 촬영물이 '엔터'로? 신동엽 뒤로 감춰진 '성착취')

이와 관련 정 PD는 "미화한다고 표현할 순 없는 것 같다"라며 "산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종사자가) 어떤 직업적 소명을 갖고 일하는지 진지한 이야기를 드러내자는 것에 포인트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AV 산업에 대한 비판적 고려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명)암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정면으로 다루면 안 될까"라며 "가치 판단을 하기보다는 소신을 갖고 있고 업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동연출자 김인식 PD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니 만큼 각자 생각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생각이 다른 분들 의견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물> 논란은 현재 프로그램의 메인 MC를 맡은 신동엽 씨에 대한 하차 논란으로 이어진 상태다. 일부 시청자들은 신 씨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이 "가족프로그램의 방송 이미지를 헤친다"라며 신 씨에게 <TV 동물농장>, <놀라운 토요일> 등에서 하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 PD는 이에 대해서는 "신동엽 씨에게 죄송한 일이 됐다"라며 제작진의 책임을 확실히 했다. 그는 "(프로그램은) 편집을 거쳐 나가는데,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이) 신동엽 씨 하차 이야기로 연결된다는 것은 죄송한 일"이라며 "MC들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한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서 정PD는 프로그램 내 신 씨의 역할에 대해 "현장에서 그 업을 희화화 하거나 업신여기지 않는,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태도를 보여 준" 것뿐이라며 "신 씨에게 논란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재차 말했다.

정 PD는 신 씨가 프로그램에 출연한 AV 배우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와중에 'AV가 범죄율을 낮춘다'는 당사자의 의견이 나온 일에 대해서도 "(인터뷰이가) 본인의 생각을 드러낸 것" 뿐이라며 "신 씨가 거기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았다. (프로그램을) 보시면 아실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성+인물 : 일본편>을 둘러싼 비판 속엔 △프로그램의 주재 자체가 선정적이라는 성 보수주의적 시각과 △AV 업계 내 성착취 문제 등을 다루지 않았다는 재현 윤리에 대한 비판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지난달 28일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진행한 김민성 한국인권학회 이사는 "(성적인) '콘텐츠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닌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해당 논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프로그램이 성산업 종사자의 이야기를 "업신여기지 않고 존중"한 점은 정 PD의 말대로 어느 정도의 "성취"일 수 있다. 다만 해당 산업의 '성착취 문제'가 엄존하는 상황에 그에 대한 비판적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프로그램의 여전한 약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정 PD는 이와 관련해서는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 그 밖은 교양이나 다큐의 영역"이라며 "(앞으로)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담론이 교양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로까지 뻗어나가기를 바란다"고만 말했다.

▲<성+인물 : 일본편> 제작 포스터 ⓒ넷플리스 코리아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