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속 동결했어도…금통위원 과반 "그래도 필요 시 인상"
위원들, 물가 불확실성 지적…"경계심 못 늦춰"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들은 과반이 '필요한 경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하방 위험과 금융 불안 우려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물가는 목표 수준인 2%를 한동안 상회할 전망이고 향후 물가 경로 상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이다.
2일 한은이 공개한 2023년도 제7차 금통위 의사록(4월11일 개최)을 보면 총 6명의 금통위원 중 최소 4명이 '추가 금리 인상 고려'에 대한 언급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은 연속 동결 결정이었다.
위원들은 이런 '만장일치' 결정에도 물가 안정을 향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시사한 셈이다.
A 위원은 "향후 물가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락 속도와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향후 물가의 기조적 하향 안정을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이에 "물가 안정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야 한다"면서 "향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주요국 통화정책 추이를 보아가며 필요 시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 위원은 지난 2월 금통위 이후 성장 하방 리스크가 다소 확대됐고 금융 안정 리스크 역시 높아졌다고 진단하면서도 추가 인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B 위원도 하반기 이후 경기 반등의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추가 긴축 여부'를 입에 담았다.
B 위원은 "(물가와 관련해)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데다 비용 상승 압력 누적 등에 따른 이차 파급영향 등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 물가 둔화 흐름이 제약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향후 성장·물가 경로,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C 위원과 D 위원도 마찬가지 생각을 나타냈다.
C 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를 상회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근원물가가 아직 경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인플레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점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시에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 위원은 "물가는 앞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나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경직성이 높은 개인서비스물가의 상승세, 국제유가의 반등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물가 흐름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을 점검해 나가되 경기와 금융안정 측면의 여건 변화를 균형있게 살펴보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 위원의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언급은 남기지 않았으나 향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집행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 위원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저성장을 경기적 요인과 분리하지 않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집행할 경우 레버리지 확대와 자산가격 버블로 특징짓는 금융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 물가와 금융 안정에 별도의 수단으로 분리 대응 원칙을 고수하는 것처럼 장기적 추세 변화와 단기적 경기 변동에도 별도의 수단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를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대응하는 것에 원칙적 반대 입장을 공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일하게 한 위원만 추가 인상에 뚜렷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 위원은 "긴축의 효과가 자산 가격 경로와 신용 경로를 통해 작동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고 통화정책의 시차는 길고 가변적이어서 때로는 그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며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빠르게 안정시키려는 의도의 추가 긴축은 경기를 과도히 위축시키고 금융불안 리스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인한 신용위축과 불안정한 금융여건은 정책금리 인상을 대체하는 효과를 통해 총수요를 추가적으로 위축시킬 것"이라면서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국내외 금융안정 상황·실물경제 상황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경기 우려와 금융 불안을 이유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 의견을 내비친 셈이다. 해 위원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기에 지속적으로 '인상 반대'를 피력해 온 주상영 전 금통위원으로 보인다.
시장은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성향을 띤 주 전 위원이 임기 종료로 인해 물러났지만 새롭게 부임한 금통위원 중 한 명인 박춘섭 위원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 위원은 지난달 21일 취임 직후 인사말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제의 여러 부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 상황에 알맞은 적절한 통화정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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