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융합의 예술 오페라

2023. 5. 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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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마술피리'는 모차르트가 죽기 두 달 전 남긴 역작이다. 1791년 3월에 작곡을 시작해 9월에 마무리했다. 세상을 영원히 감동시킬 명작 오페라가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완성된 것이다.

사실 오페라 마술피리는 '오페라'라는 장르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는다. 당시의 오페라는 주로 귀족들의 향유물이었으나 마술피리는 서민들을 위한 오페라 '보드빌'이었으며, 아주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되었다. 모차르트는 오페라를 이해하기 어려운 관객들을 위해 중간중간에 대사를 넣는 등 노래극 형태인 '징슈필'로 만들었다. 대중적 요소를 가미해 크게 성공한 것이다. 당대 고전파로 활약하고 있던 살리에리마저 이 작품에 큰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게다가 딸을 쥐고 흔들려는 강한 엄마 밤의 여왕의 이야기는 어느 시대든 통하는 것일까. 마술피리는 지금까지도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오페라를 평생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는 유년 시절부터 오페라의 전통과 정통성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필자뿐 아니라 많은 클래식 음악도들은 오페라 무대를 꿈꾸며 전통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사회는 변화하고 무대는 사라진다. 뮤지컬 등 새로운 장르의 등장으로 오페라 무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오페라는 달라지고 있다. 어렵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오페라와 연극을 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낸 작품이 있다. 바로 오페라 '파우스트'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새로운 사업이었던 싱크넥스트에서 매진 사례를 남겼다. 오페라 구노의 파우스트와 연극 셰익스피어의 파우스트를 컬래버레이션했고 관객이 주인공인 무대를 현실화하기 위해 무대를 앞이 아닌 관객 사이로 옮겨 관객들이 무대에서 성악가들과 함께하는 오페라 무대를 만들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오페라를 무대에 올릴 때마다 생각한다. 이번에는 어떻게 무엇을 새롭게 할까. 전통성을 지키며 대중성을 담보할 아이디어는 없을까.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오페라를 서민의 즐길 거리로 만들어낸 모차르트는 이미 작품 속에 대중성을 담는 공연 기획을 내재시킨 천재였다. 만약 모차르트가 살아 2023년 세종문화회관에 마술피리를 올린다면 어떻게 할까.

지난 3월 오페라 마술피리는 '미디어아트'를 오페라 무대에 접목했다.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미디어아트는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답게 오페라 무대에 새로운 필수요건으로 등장했다. 다소 복잡하고 까다로운 오페라 무대에 더해져 관객이 느낄 감각을 극대화하는 과학기술 미디어아트. 음악, 미술, 무용의 융합인 종합예술 오페라에 더해진 미디어아트는 생각보다 효과가 컸다.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전통성을 고수하며 현대 기술의 장점을 더한 무대는 관객에게 커다란 오페라를 새롭게 받아들이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군자는 화합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여 같은 듯 보이나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 획일적인 전통만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시대는 지났다. 나만의 문화, 한 시대의 문화와 정서를 고집하기보다는 고전의 가치를 나눌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것이 절실하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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