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옆에서 내 팔 만지작” DMZ 근무 美장교가 뽑은 당황한 순간
유엔군 사령부 소속으로 판문점에서 8년간 근무한 미 해군 퇴역장교는 가장 어색했던 순간으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을 만났던 순간을 꼽았다. 그는 판문점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유엔군 장교로 기록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8일 2013년부터 2021년까지 판문점에서 근무한 대니얼 에드워드 맥셰인 전 소령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복무 기간 중 6년 동안은 최전방이라 할 수 있는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했다.
맥셰인 전 소령은 DMZ에서 겪은 가장 아찔했던 순간으로 근무 첫날밤을 꼽았다. 첫날부터 근처에서 지뢰가 폭발했고, 다음날에는 두 개가 터졌다. DMZ에는 200만 개의 지뢰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곳에 사는 동물들이 지뢰를 밟는 일이 빈번하다. 맥셰인 전 소령은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맥셰인 전 소령의 일과는 하루에 두 번 핫라인을 통해 북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었다. 그는 대부분 북한군의 메시지는 평범했다며 “우리가 여기서 풀을 다듬고 있으니 쏘지 말라” 등이었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북한군 장교들과도 야구 이야기를 하며 스스럼없이 지냈다고 한다. 맥셰인 전 소령은 북한 주민들이 미국 과자 도리토스와 한국의 초코파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맥셰인 전 소령은 DMZ에서 가장 어색했던 순간으로는 2018년 김여정이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판문점에 왔을 때를 꼽았다. 오빠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막말 대변인’ 역할을 해온 김여정은 회의 도중 웃으면서 옆자리에 앉은 맥셰인 전 소령의 팔을 쓰다듬었다. 이를 본 판문점 병사들은 나중에 “김여정이 여자친구냐”며 그를 놀리곤 했다고 한다.
그는 어느 날 판문점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회상했다. 2주 동안 개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놀아줬는데, 어느 순간 개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맥셰인 전 소령은 “우리끼리 그 개가 간첩이었다는 농담을 했었다”고 했다.
물론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갔던 때도 있었다. 2015년 북한의 DMZ 지뢰 도발로 한국군 하사 두 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등 크게 다친 후 판문점 주변 확성기에서는 북한의 선전 메시지와 남한의 대중음악이 울려 퍼졌다고 했다. 2017년 북한 군인의 판문점 귀순 사건도 있었다. 북한군 병사 오청성씨는 음주 상태로 차를 몰아 판문점을 넘었다. 맥셰인 전 소령은 오씨가 귀순한 날 밤 북쪽에서 한 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했다. 아마도 탈북자를 막지 못한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자살하는 장교의 소리였을 것이라고 그는 추측했다.
해군은 맥셰인 전 소령의 근무를 계속 연장했는데, 후임자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판문점 근무 장교는 동아시아학 석사 학위를 소유하고 엄격한 한국어 교육을 마친 인물이어야 한다. 2019년 6월 퇴역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맥셰인 전 소령에게 미 해군은 다섯 번째로 근무를 연장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깜짝 만남을 제안하면서다.
맥셰인 전 소령은 북한 장교들이 수십 개의 인공기를 들고 나타난 반면, 미군은 당시 성조기 세 개만 갖고 있었다고 했다. 결국 해군 헬기를 동원해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더 많은 성조기를 공수해왔고, 옷걸이를 깃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맥셰인 전 소령은 현재 퇴역한 후 평택 미군기지에서 부상당한 미군 병사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안타깝게도 DMZ에서 목격한 남북한 데탕트(냉전 긴장 완화)는 너무 짧았다”고 했다. 김정은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평화와 번영의 나무’를 심었지만, 최근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면서 남북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맥셰인 전 소령은 그 나무에 직접 물을 줬다고 했다. 그는 “DMZ에는 희망의 상징이 별로 없다”며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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