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압수 당하면 집 통째 내주는 셈”…‘휴대전화 영장’ 도입될까

오연서 2023. 5. 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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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기 전 법관이 대면심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압수수색 사전 심문제도' 도입에 대해 법조계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전국 법원 영장전담 판사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휴대전화 전용 압수수색 영장' 양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재 검찰은 통화 기간·내용 등을 지정하지 않고 휴대전화 단말기 자체를 압수수색 대상으로 법원에 청구하는데, 이 경우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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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색 사전심문 제도’ 판사 간담회서 제안
대검찰청 “범죄증거 수색 자체를 막는 것”
게티이미지뱅크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기 전 법관이 대면심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압수수색 사전 심문제도’ 도입에 대해 법조계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전국 법원 영장전담 판사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휴대전화 전용 압수수색 영장’ 양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현재 검찰은 통화 기간·내용 등을 지정하지 않고 휴대전화 단말기 자체를 압수수색 대상으로 법원에 청구하는데, 이 경우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전날 전국 법원 영장전담 판사들이 참석한 ‘압수수색 영장 실무 관련 논의를 위한 영장전담법관 온라인 간담회’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다고 2일 밝혔다. 지난 2월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 사전 심문제가 포함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대한변호사협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대검찰청, 경찰청 등이 수사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자 추가 의견 수렴에 나선 바 있다.

이날 제안된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의 핵심은 수사기관이 통화 내용·문자 기록 등 기간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압수수색을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계좌의 경우 수사기관은 기간을 지정해 압수수색을 청구하고 있다.

판사들은 특히 휴대전화 등 개인정보가 총망라된 전자기기를 압수수색할 때 범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범죄와 관련 없는 사생활까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전자정보 압수·수색영장 실무 개선 관련 형사소송규칙 개정안’ 발제를 맡은 정재우 판사(법원행정처 형사지원심의관)는 대주주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에서 말단 직원이 친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압수수색당한 사례를 제시하며 “전자정보 압수·수색으로 인한 시민의 사생활 침해 위험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선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았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 등으로 현실적으로 선별 절차가 부실하게 진행된다는 게 판사들의 주장이다. 정 판사는 “휴대전화를 압수당하는 건 집을 통째로 내주는 것과 똑같다”며 “집은 하루 동안 압수수색하면 끝나지만, 휴대전화는 끝없이 집을 뒤지면서 와서 수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휴대전화 녹취 파일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수사 등에 착수한 바 있다. 수사 기밀 유출 우려에 대해선, 대면 심리 대상은 수사기관에 한정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날 대검찰청은 곧장 입장문을 내고 휴대전화 압수수색 범위를 설정하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대검찰청은 “전자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위치, 방식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저장장치에 대한 탐색을 막는다면 범죄와 관련된 증거에 대한 압수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사전에 전자증거의 압수 범위나 방법을 제한하는 것 또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지금처럼 휴대전화 전체를 먼저 가져가 수색을 해야 범죄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 압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법원은 추가 의견수렴을 위해 내달 2일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한국형사법학회가 참여하는 공동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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