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입주 폭탄…전세가율 40% 밑으로

박만원 기자(wonny@mk.co.kr), 이석희 기자(khthae@mk.co.kr) 2023. 5. 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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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호가 15억, 전세는 5억원
인근 구축까지 전세 비상
3300가구 입주 앞둔 수색역
2년전 입주 때보다 2억 하락
올 전세거래 중 신축 최대 하락
"신축일수록 역전세 우려 높아"
오는 7월 입주를 앞둔 서울 은평구 DMC SK뷰아이파크 포레 전경.

"전세매물이 몰리긴 했지만, 서울 역세권 새 아파트 국평(전용면적 85㎡)이 5억원까지 나오는 건 흔한 일은 아니죠."

'천지개벽' 호재도 입주장 전세 하락세에는 맥을 못 추고 있다. 2일 방문한 청량리역 일대는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들이 경쟁적으로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었다. 1호선과 경의중앙선, 경춘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인 청량리역 일대는 오는 7월까지 3개 단지에서 2800여 가구 규모 아파트가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대규모 입주장이 시작된 이곳 전세가가 매매호가의 40% 밑으로 떨어졌다. 집창촌이 있던 곳이 60층 안팎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탈바꿈하게 돼 청약 당시부터 관심을 끌었지만, 한꺼번에 입주가 몰려 해당 단지는 물론 인근 지역 전세까지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는 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전세매물 수십 건이 쌓여 있다. 전용 84㎡ 매물 호가는 16억원이지만, 전세는 보통 5억5000만~6억5000만원에 몰려 있다. 갭투자를 하려면 1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이달부터 바로 옆에서 입주를 시작하는 한양수자인도 매매호가는 15억~16억원대지만, 전세는 5억5000만~6억5000만원대로 나와 있다. 이곳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당분간 전세가가 오를 수 없을 것 같다. 주변에 신축 공급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1152가구 한양수자인에 이어 7월부터는 1425가구 규모 롯데캐슬 스카이-L65가 입주한다. 84㎡ 전세호가는 6억~7억원 선이고, 분양권 매물은 14억5000만~17억원대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425가구 중에 약 500~600개 정도가 전세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인근 대단지 아파트의 전세가도 급락했다. 지난해까지 5억~6억원에 거래되던 래미안크레시티 59㎡ 전세는 최근 4억원대 중반으로 떨어졌고, 1년 전 6억5000만~8억원까지 하던 롯데캐슬노블레스 84㎡ 전세는 최근 5억70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DMC 아트포레자이' 'DMC 파인시티자이' 'DMC SK뷰아이파크 포레' 등 3개 단지에서 3300여 가구가 입주를 앞둔 수색역세권 일대도 전세가가 급락하고 있다. 오는 6~7월에 동시에 입주가 진행되는 3개 단지에서 현재 나와 있는 전월세 물량만 700가구를 넘어선다. 전용 84㎡는 전세가격이 4억5000만원까지 내려갔다. 2021년 입주한 인근 단지인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는 2년 전 동일면적 전세가격이 7억원대였다. 2년 만에 전세가격이 2억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전용 59㎡ 역시 3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는데 2년 전 시세는 6억5000만원대였다. 수색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 날짜가 다가올수록 전세 물량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전세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분석해도 아파트 전세가격은 구축보다는 신축일수록, 지방보다는 수도권 혹은 대도시일수록 하락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가 지난달 21일을 기준으로 2년 전 대비 전세가격 하락폭을 아파트 연식별로 분석한 결과 준공 5년 이내 아파트의 하락률은 5.8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6~10년 이내의 경우 4.7% 하락했고 10년 초과는 0.4% 하락하는 데 그쳤다.

또한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체결된 전국 아파트 전세 거래 가운데 2년 전 동일단지, 동일면적의 전세 거래가 존재하는 3만2022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하락거래 비중은 62%였는데 5년 이내 신축 아파트의 하락거래 비중은 70.9%에 달했다.

한편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의 하락거래 비중이 66%로 지방(57%)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광역자치단체별로 보면 하락거래 비중이 높은 상위 5개 지역 모두 광역시였다. 대구(87.0%), 세종(78.4%), 대전(70.8%), 인천(70.5%), 부산(69.6%) 순으로 나타났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도시나 주거선호도가 높은 신축에서도 역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며 "전셋값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 고점이었던 2021~2022년 초까지 계약한 임차인들의 전세 만료시점이 속속 도래하면서 역전세 이슈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박만원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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