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3%대로 내려왔지만…서민물가는 고공행진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내려오면서 14개월만에 ‘3%대’ 물가에 진입했다.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외식 가격과 가공식품 등 서민들이 체감하는 민생물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미뤄둔 공공요금 인상과 국제 유가·환율 변동성을 감안하면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외식·가공식품 등 민생 물가 여전히 높아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전월(4.2%)에 비해 0.5%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3%대 상승률에 진입했다.
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5.7%)과 올해 1월(5.2%)을 제외하면,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물가 상승률 둔화를 이끌었다. 4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6.4% 내리며 석 달째 하락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4월 (석유류 가격이) 많이 올랐던 기저효과가 반영돼 전년 동기 대비 하락폭이 커졌다”고 했다.
하지만 석유류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물가 추이는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0% 오른 농축수산물은 전월(3.0%)에 비해 상승 폭이 줄긴 했지만 채소류(7.1%)와 수산물(6.1%) 등의 물가는 잡히지 않았다. 양파(51.7%)와 파(16.0%), 고등어(13.5%)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가공식품도 1년 전보다 7.9% 올라 전월(9.1%) 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빵(11.3%)과 우유(8.9%), 스낵과자(11.1%)가 큰 폭으로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역시 23.7%로 올라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도시가스와 전기료가 각각 32.5%, 22.5% 상승했고 지역 난방비는 30.9% 올랐다.
외식물가를 포함한 개인서비스 가격은 6.1% 올랐다. 7.6% 상승한 외식 물가는 전월(7.4%)에 비해 더 올랐다. 보험서비스료(17.6%) 등 외식 외 서비스 물가는 5.0% 올라 2003년 11월(5.0%) 이후 1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 심의관은 “재료비와 인건비, 전기·가스 요금과 같은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 물가는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원물가, 소비자물가에 비해 둔화 흐름 더딜 것”
이에 따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달 4.6%를 기록해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보다 높게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기준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4.0% 올랐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어선 것은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 수준인 4.0%를 유지하면서 경직적 흐름을 지속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물가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부총재보는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 및 시기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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