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서 보던 야구 스코어보드가?… 4일 개장하는 용산 ‘어린이 정원’ 미리 가보니

김문관 기자 2023. 5. 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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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청사 앞 미군 반환부지 9만 평 정원 조성
잔디마당·도서관·카페·야구장 등 마련
120년간 군사시설 ‘금단의 땅’...일반 개방 속도
60년된 전봇대부터 미군 장교 숙소 개조한 시설 ‘눈길’
잔디마당서 뛰어 놀고 전망언덕에선 대통령실 한눈에
尹대통령 “임기 내내 어린이들 뛰어 놀도록 하겠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초등학생 야구 경기장에 있는 작은 스코어보드가 있다. 정원 한 가운데는 커다란 잔디마당이 자리 잡고 있다. 탁 트인 잔디 마당 위 언덕에선 대통령실 청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용선 어린이 정원 내 스포츠필드. 스포츠필드에는 어린이용 야구장과 축구장이 있다. /대통령실 제공
4일 개장을 앞둔 서울 용산 어린이 정원 내 전망언덕에서 본 대통령실 청사. /김문관 기자

2일 오전 11시 25분. 서울 용산 ‘어린이 정원’ 내 풍경이다. 약 9만 평 규모의 용산 어린이 정원이 오는 4일 개장한다. 이곳은 120년 동안 군사시설로 사용돼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금단의 땅’이었다.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 후 일본군이 주둔했고, 광복 후 지금까지 미군기지로 활용됐다. 이 땅의 일부가 지난해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탈(脫) 청와대’ 실행 후 국민을 위해 오는 4일 개방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위탁 운영을 맡겼다.

이날 현장에는 오래된 연식의 단층 미군 장교 숙소가 곳곳에 보였다. 이를 리모델링해 서가, 홍보관, 기록관 카페 등으로 꾸몄다는 게 해설사의 설명이다. 황정미 해설사는 “기존 미군기지 특색을 최대한 살리면서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여가 공간을 추가로 조성했다”고 했다.

실제 곳곳에 있는 장군 숙소 지역은 미군 장교들이 거주했던 붉은색 지붕의 단층 단독주택을 문화·휴식·편의 공간 등으로 꾸민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구 근처에는 향나무가 있는 ‘향원’이라는 작은 휴식 공간도 있다.

용산 어린이 정원 내 '카페 어울림'. 장교숙소 등 원래 건물을 활용했다. /김문관 기자

정원 한쪽에는 어린이 축구장과 야구장이 있는 스포츠필드도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초등학생 야구 경기장에 있는 작은 스코어보드도 볼 수 있다. 정원 한 가운데는 커다란 잔디마당이 자리 잡고 있다. 잔디마당은 말 그대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임기 내내 어린이들이 뛰어놀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직접 밝혔다.

동그란 잔디마당 한쪽을 따라 난 가로수길을 걷다 보면 전망언덕으로 이어진다. 정원 관람의 하이라이트는 이 전망언덕이다. 이곳에 올라서면 대통령과 직원들이 일하는 대통령실 청사가 한눈에 보인다. 근처 아모레퍼시픽 본사와 LS타워, 남산 타워도 보인다.

성인 남성 기준 천천히 걸어서 두 시간 정도면 모든 시설과 경관을 볼 수있다.

용산 어린이 정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전봇대. 여전히 미군이 쓰던 110볼트(V) 전류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김문관 기자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청와대로부터 집무실 이전과 용산공원 개방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10대 공약에 넣고 지난해 5월 10일 취임 당일부터 용산 집무실로 출근했다. 당시 70년간 굳게 닫혀있던 청와대 문이 열렸고 국민들은 청와대 경내를 향유하고 있다. 청와대에는 1년 새 333만 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5월 10일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개막한 ‘용산 시대’가 용산 어린이 정원 개방으로 1년 만에 사실상 완성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용산 기지 반환은 2000년대 들어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부터 시작됐지만 속도가 나지 않다가 지난해 대통령실 이전을 계기로 한미 간 합의에 따라 반환 속도가 빨라졌다.

용산 어린이 정원의 수하우스(기록관1). 이곳은 용산기지에 살았던 미군가족인 수 씨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실제 살던 모습을 재현한 곳이다. /연합뉴스

다만 이번에 모든 용산기지 부지가 개방된 것은 아니다. 이번에 개방되는 용산 어린이 정원은 반환 부지의 일부다. 전체 용산기지 74만 평 중 지난해 약 18만 평을 반환받았으며, 이번에 개방하는 곳은 어린이 정원으로 조성한 9만 평이다.

윤 정부 초기 어린이 정원 명칭으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National Memorial Park·국립추모공원)’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미래세대인 어린이와 그 가족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명칭에 ‘어린이’를 포함키로 최종 결정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어린이 정원은 예약을 통해 하루 최대 3000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은 닫는다. 이용 시간은 외부 공간은 9~18시며 내부 시설은 9~17시다. 입장료는 무료다. 주 출입구는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 아모레퍼시픽 본사 근처다.

용산 어린이 정원 안에 있는 용산서가. 책을 보며 쉬는 장소다. 어린이들이 책을 보는 장소도 따로 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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