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고소한 주가폭락 사태 피의자 라덕연은 누구?
당국은 SG발(發) 주가폭락에 주가조작 세력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은 지난달 27일 주가조작 세력으로 의심되는 H투자컨설팅 업체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1일 H사 대표 라덕연 씨 등 6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라 씨는 지난달 28일 방송된 KBS와 인터뷰에서 "모든 계획은 내가 다 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거래량이 적은 10개 정도의 종목을 골라 장기간 조금씩 사들이는 투자 계획을 세워 실행했다는 것. 그는 "일부 계좌를 내가 맡아 매매한 건 사실"이라며 "인가를 받지 않고 남의 계좌를 운영해 준 사실 그건 잘못한 부분"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업체가 계좌 개설부터 종목 선정, 매매까지 모두 대신하는 이른바 '투자일임'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라 씨는 앞서의 인터뷰에서 미리 짜고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사고파는, 시세조종을 위한 이른바 '통정 매매'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라 씨는 도리어 주가폭락 주범은 자신이 아니라며 언론을 통해 "일련의 (주가)하락으로 수익이 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라 씨가 주가폭락 직전 대량의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본 사람으로 우회적으로 지목한 인사로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 등이 거론된다. 두 사람이 이번 주가폭락 사태와 연관 있다고 라 씨가 언급한 이유는 주가폭락 사태 직전 대량의 주식을 매도했다는 점에서다. 김익래 회장은 주가폭락 나흘 전, 거래일 기준 2거래일 이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다우데이타 140만주를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 원을 현금화했고, 김영민 회장도 17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주당 45만5950원에 10만주를 매도해 456억 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SG발 주가폭락 직후 주가조작 피의자로 입건된 라 씨는 2019년 3월 '돈으로 돈을 버는 자산주'라는 주제로 투자세미나를 연 적이 있다. 당시 소개 글에서 라 씨는 "우연히 금융시장의 비밀을 발견했다"며 자신이 이끄는 회사를 '돈 버는 기술을 가진 숙련된 기술자들의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강사 소개를 통해 라 씨는 자신이 동국대 정보관리학과(현 경영정보학과)를 졸업했고, 국민대에서 트레이딩시스템 전공으로 경영정보학 석사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주요 경력으로는 '전(前) 안철수연구소 근무' '한국경제TV 패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근무 이력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측은 "저희 시스템 조회 결과 '라덕연'이라는 인물의 근무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한국경제TV 측도 "라 씨는 6∼7년 전 1∼2회 정도 투자 패널로 나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라 씨는 투자세미나 당시 자신을 '주식/선물/옵션 증권방송 경력 10년'이라고 소개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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