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녹취록' 보도에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뉴스" 파장 일파만파
MBC 녹취록 보도 파문, "한일관계 발언 요구" 공천 보장
유승민 허은아 김웅 "사실이면 협박", "둘다 당장 사퇴하라"
민주당 "폭거이자 불법행위" 태영호 "MBC 보도 유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민의힘 최고위원인 태영호 의원에게 총선 공천을 볼모로 대일 외교 옹호 압박을 가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다.
태영호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고, 이진복 수석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하면서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권 내부에서도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당무개입 논란이 또 터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MBC는 지난 1일 저녁 <뉴스데스크> 톱뉴스 '단독 '“대통령실 '공천' 거론하며 '대일외교' 옹호” 압박?'에서 태 의원이 최고위원 당선 이튿날인 9일 이진복 수석을 만난 뒤 저녁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을 모아놓고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돼!'”라고 말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태 의원은 녹취록 육성에서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 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말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에 태영호 의원은 1일 저녁 입장을 내어 “본 의원실의 내부 보좌진 회의 녹취록이 유출되어 보도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진복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자신의 녹취록 발언을 두고 “공천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며 “공무상 비밀인 회의 내용이 불순한 목적으로 유출되고 보도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해명을 했다. 이 수석은 2일 오후 국회 본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예방을 마친뒤 백브리핑에서 태 의원과 만나 나눈 얘기를 두고 “그날 당선 인사를 왔길래 제가 '43 (발언) 문제에 대해 선의의 피해자 얘기를 먼저 했으면 참 좋았겠다'고 했더니 '그 얘기를 했는데, 언론에 반영이 안된 것 같다'고 해서 (내가) '앞으로 그 얘기에 신경을 더 쓰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며 “나머지 얘기는 선거 때 있었던 얘기들, 선거 때 힘들었던 얘기들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진복 수석은 “공천 이야기와 일본 문제 이야기는 내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공천 얘기는 이야기도 안했고, 일본도 마찬가지고, 최고위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앞뒤 상황을 보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느냐”며 “태 의원이 (페이스북에) 얘기한 것을 봤고, 직접 전화가 와서 본인이 죄송하다는 말씀도 했다. 두 번 정도 통화했다. (태 의원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제가 (녹취록)거기에 나오는 사람이 아니고, 자기들끼리 했던 얘기”라며 “내용의 사실여부는 그분들한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태영호 의원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는 전혀 언급이 없었나'는 질의에 이 수석은 “전혀 기억이 안 난다”라며 “몰라요. 지나가면서 이야기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으나 관심을 가지고 한 거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한일관계 언급이 없었던 거냐, 기억이 안나는 거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이 수석은 “난 없었다고 안다”며 “몇 달 됐잖아요. 전혀 그런 이야기 생각이 안 난다”고 해명했다.
태 의원이 MBC 보도 이후 통화에서 무슨 얘기를 했느냐라는 질의에 이 수석은 “전체적으로 전반적인 얘기를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자기 때문에 죄송하게 됐다고 했다”고 답했다.
'마이크를 잘 활용하면 공천 신경쓸 필요도 없다'는 유사한 말도 안했느냐는 질의에 이진복 수석은 “일반적으로 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나는 안했다”고 답했다. 그 얘기를 안했다는 건 MBC 보도가 오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이 수석은 아무 답변을 하지 않고 자리를 이동했다.
이 수석은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도 태 의원과 만나 나눈 대화를 두고 “특별하게 어떤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들이 없었다”며 “그래서 제가 전혀 그런 내용들을 기억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오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만약 그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진복 정무수석은 당무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그것이 아니라 태 의원이 전혀 없는 일을 꾸며내 거짓말한 것이라면, 태영호 의원은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했다.
허은아 의원도 이날 “태영호 의원은 즉각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의원직 사퇴까지 결심해야 한다”며 “여당 최고위원에게 대통령실에서 주문한 것은 '용비어천가'였다고, 거기에 해서는 안 될 '공천'까지 언급됐다는 보도를 해프닝처럼 넘어가려 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허 의원은 “여당 지도부를 자신의 공천만 생각하는 집단으로 만들었고,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까지 불러 온 책임,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비대위 만들고, 민심 포함 전대룰도 없애고 온갖 전대 경쟁자들을 마녀 사냥하듯 낙인찍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MBC 보도를 두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뉴스”라며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 제9조 2항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2일 브리핑에서 “녹취 내용대로 대통령실이 공천을 미끼로 당무에 개입했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폭거이자 불법행위”라며 “이진복 정무수석은 누구의 지시와 의중에 따라 태영호 최고위원을 압박했는지,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해명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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