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박물관,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유배지에서 쓴 정약용의 시와 편지 개막

정자연 기자 2023. 5.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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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하루를 열흘처럼 애타게 기다리다 너희 편지를 받으니, 반가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구나. 맏이 학연(정약용의 큰 아들)의 병은 아직 낫지 않고, 어린 딸애의 병세가 심해진다니 몹시 걱정스럽다…가신 이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낮 슬픔에 젖어 사니, 이 어인 신세이더냐? 더는 말하지 말자.’ 

1801년 6월 17일, 정약용이 유배지인 강진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험한 유배 생활에도 좌절하지 않고 수많은 저서를 집필할 수 있었던 원천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아니었을까. 

정약용이 고향인 남양주와 유배지인 강진에서 남긴 시문, 편지를 통해 정약용의 삶과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 보는 전시가 열린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3일 기획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유배지에서 쓴 정약용의 시와 편지’를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유관 기관 간의 연대와 상생을 위해 강진군 다산박물관, 남양주시립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됐다. 남양주와 강진은 각각 정약용 선생의 고향과 유배지로, 선생의 일생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의미 있는 장소다.

전시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부모·형제·자녀 등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와 글에 주목한다. 학자적 면모에 가려졌던 정약용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1부 ‘유배길에 오르다’, 2부 ‘유배지 강진과 고향 마재’, 3부 ‘홍혜완의 남편’, 4부 ‘아버지 정약용’, 5부 ‘그리운 형제’ 총 5부로 나뉘었다. 

보물 ‘다산사경첩 茶山四景帖’). 정약용이 강진 유배 당시 다산초당에 조영한 네 가지 경물 즉, 다조(차를 끓이는 부엌으로 초당 앞마당에 놓인 평평한 바위), 약천(초당 위에 옹달샘), 정석(정약용이 ‘정석’ 글자를 새긴 바위), 연지석가산(초당 연못 중앙에 돌을 쌓아놓은 조형물)에 대하여 읊은 칠언율시가 담긴 친필 서첩. 국립농업박물관 소장

1부 ‘유배길에 오르다’에서는 정약용이 1801년 신유박해에 연루돼 먼 유배길을 떠나며 가족·친지와 이별하는 순간의 심경을 읊은 시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2부 ‘유배지 강진과 고향 마재’에서는 정약용이 40세에서 57세에 이르는 시간을 강진에서 보내며, 부모·형제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자 처자식이 있는 고향 마재(현 남양주시 조안면)를 그리워하며 읊은 시와 관련 유물을 만날 수 있다.

3부 ‘홍혜완의 남편’에서는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유배지에서 자신을 대신해 집안을 건사해야 했던 부인 홍혜완을 향한 미안함과 애틋한 심경을 보여준다. 결혼 30주년을 맞았지만, 유배지에서 찬 겨울을 나고 있을 남편 정약용을 걱정하며 부인 홍혜완이 보낸 시도 감상할 수 있다.

4부 ‘아버지 정약용’에서는 유배지에서 접한 막내아들 농아의 사망 소식에 비통해하며 쓴 편지, 두 아들 학연과 학유를 다독이고 훈육했던 편지, 딸의 결혼을 축하하며 보낸 시화(詩畵) 등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살펴본다. 5부 ‘그리운 형제’에서는 정약용이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둘째 형 정약전과의 형제애를 다뤘다. 

‘상심낙사첩’. 1814년 문산 이의재가 강진 다산초당으로 정약용을 방문했을 때 두 사람이 주고받은 시를 기록한 시첩이다. 본 시첩에는 정약용이 오언절구로 지은 <다산십이승>과 이의재가 차운한 작품이 각각 실려있고, 뒷부분에는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그린 나비 그림 3폭이 그려져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보물 ‘다산사경첩’을 비롯해 ‘상심낙사첩’, ‘매화병제도’, ‘이암추음권’ 등 정약용의 친필 편지와 그림 작품 30여 점도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는 9월10일까지 열린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은 “정약용 선생이 길고 험한 유배 생활에도 좌절하지 않고 수많은 저서를 집필할 수 있었던 원천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라며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준비한 이번 전시가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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