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역대급 오나…복잡해진 한은, FOMC에 쏠린 눈 

황원영 2023. 5. 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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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번 주 개최
0.25%포인트 인상시 금리차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일(현지시간) FOMC 회의 후 정책금리 인상폭을 발표한다. 사진은 제롬 파월 Fed 의장. /AP.뉴시스

[더팩트│황원영 기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가운데 이번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선택을 놓고 금융권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국간 기준금리가 사상 최대 수준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내 증시 하락과 원화 약세에 대한 위기감도 나온다. 한미 금리차가 원·달러 환율 급등과 국내 외화자금 유출로 이어지면 이달 말 예정된 한국은행(한은)의 통화정책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Fed는 오는 3일(현지시간) FOMC 회의 후 정책금리 인상폭을 발표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Fed는 다시 한번 기준 금리를 25bp(0.25% 포인트, 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전망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도 인플레이션 대응이 최우선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분석이다.

실제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은 앞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물가는 지난해 6월 9.1%를 찍은 이후 점차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Fed의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0%를 기록했으며, 근원 CPI는 5.6% 수준이다.

2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Fed가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93.2%에 달했다. 동결은 6.8%에 불과했다.

이 같은 전망이 맞아떨어지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5.0∼5.25%로 올라간다.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도 1.75%포인트로 벌어져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게 된다. 그간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1.50%포인트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금리 역전폭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이나 안정적인 투자처를 좇아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앞서 지난달 한은은 지난 2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는데, 상승률이 2월(4.8%)보다 0.6%포인트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더 올려 경기 위축을 부추기기보다는 금리를 유지하면서 물가·환율·경기 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아울러 1∼2월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000만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역성장 우려가 금리 동결에 힘을 보탰다.

소비자물가는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이는 전월 상승률(4.2%)보다 0.5%포인트 축소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건 15개월만으로 지난해 2월(3.7%)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이에 오는 25일 상반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시선이 쏠린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물가상승률이 2~3%대로 가시화하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와 함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퍼스트리퍼블릭 뱅크런 등으로 고조된 금융위기도 금리 상승을 억제한다.

다만, 미국과 금리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진 만큼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 등은 한은이 예상한 수준을 기록했으나 원·달러 환율은 최근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종가 기준 연고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4원 오른 1342.1원에 마감했는데, 종가 기준 1340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28일(1340.2원) 이후 처음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와 달러화 간 비동조화 현상이 이번 주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며 "FOMC 이후 금리 인상 종결 기대감이 확산하면 달러화 급락 현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이 일단락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우려와 달리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91%(22.86포인트) 오른 2524.39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가 지수 상승의 동력이 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447억 원, 228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대해 증권가는 FOMC가 증시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Fed의 FOMC를 앞두고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고, 미국 부채한도 협상 뉴스로 외환시장이 흔들리면서 지난주 한국 증시가 먼저 흔들린 면이 있었다"며 "그 때문에 이번 주에는 FOMC를 앞두고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장 금리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워졌지만,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곧 마무리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에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8명 중 과반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한 뒤 동결하는 방향으로 경제 상황을 바라봤다. 이번 베이비스텝 인상이 마지막 인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한 메스터 총재도 최근 인터뷰에서 "긴축의 여정이 출발점보다는 종착점에 훨씬 가까운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은행 위기도 긴축 종료 필요 주장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긴축적 통화정책 종료 기대감이 1분기 동안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고, 더 나아가 인하 가능성이 유동성 환경을 우호적으로 조성하며 자산시장에 추가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일 FOMC 이후 이달 중순까지 미국과 유럽의 부진한 경제지표 및 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시장의 기대가 후퇴·정상화되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며 "기대와 현실 간 격차 조정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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