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제휴평가위 카카오 탈퇴 여부까지 '검토'

금준경 기자 2023. 5. 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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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평위 운영위 돌연 연기, 카카오 탈퇴 가능성 제기
정치권 전방위 압박에 트래픽 감소·언론과 갈등·제재 무력화 상황 겹쳐
"어뷰징 감소 등 의미, 제평위 폐지 아닌 개선 필요"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포털 뉴스의 투명하고 독립적인 제휴심사를 위해 출범한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 2.0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치권의 압박과 연합뉴스 가처분 인용에 따른 제재 무력화, 언론과 네이버의 갈등이 이어진 가운데 카카오가 탈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제평위 운영위 돌연 연기, 카카오 '고심'

제평위는 기구 개선을 골자로 한 2.0 논의를 앞두고 회의가 한차례 연기됐다. 제평위는 기존 15개 단체에서 2명씩 위원을 추천하던 방식을 벗어나 18개 단체로 구성을 확대하고 위원을 1명씩 추천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 관련 기사 : 막 내린 제평위 시즌1, 콘텐츠제휴 매체는 8년 동안 '8곳']
[관련 기사 : 포털 제재 무력화됐는데 '뉴스제휴평가위 2.0' 의미있나]

18개 단체에서 추천한 운영위원들이 구체적 논의를 통해 심사 개편 방안을 마련한 뒤 2.0이 출범할 예정인데 상견례 격인 1차 회의 이후 2차 회의가 돌연 연기돼 2.0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포털측은 무기한 연기가 아니라 5월 중으로 2차 회의 날짜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와 다음의 언론사 제휴 및 퇴출 심사 기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탈퇴 여부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회의 연기 배경에 카카오 탈퇴와 관련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카카오는 제평위 운영과 관련한 문제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추후 운영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카카오의 제평위 탈퇴 가능성이 제기된 적 있다. 2022년 포털 다음은 첫 화면에 언론사뿐 아니라 창작자들의 콘텐츠를 함께 배열하는 '뷰' 서비스를 도입했다. 언론 제휴를 무력화하는 성격의 개편으로 당시 제평위에선 카카오 탈퇴 가능성이 제기됐고 카카오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응을 얻지 못한 '뷰' 서비스가 6개월 만에 백지화돼 제평위 참여가 이어졌다. 연합뉴스가 제재 효력 중지 가처분 인용을 받았을 때 카카오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제평위원들과 충돌한 일도 있다.

제평위원 출신의 A관계자는 “전부터 카카오는 제평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여러 위험 부담과 논란이 있는 상황, 특히 정치권과 언론사들이 네이버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함께 제평위에 있는 게 손해라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제평위를 만들 때만 해도 카카오는 뉴스 서비스에 방향성이 분명한 다음 출신들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현재는 다음 출신들이 대거 퇴사했고 아고라 서비스, 뉴스펀딩(스토리펀딩) 등 뉴스 관련 서비스를 축소해왔다.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부여당 전방위 압박 영향

제평위 회의가 연기되고 카카오가 탈퇴를 고려하는 데는 '정치적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선 연일 '가짜뉴스 공세'를 제기하며 포털을 정조준했다.

3월28일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빅브라더 행태를 보이는 네이버의 오만한 작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네이버를 정조준했다. 지난달 18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포털을 가리켜 “선정적인 기사, 가짜뉴스, 편파보도, 이런 것들을 조장하기까지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여권 인사들의 발언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방통위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제평위 법정기구화'를 논의하겠다며 지난해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했다. 전문가 위원 다수가 규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자 방통위는 다른 전문가들로 2차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승수 의원은 포털 사업자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단체의 추천을 받은 인터넷뉴스진흥위를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국민통합과 미디어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특위는 “뉴스포털의 기사배열, 광고배분, 제휴심사 등에 적용되는 각종 알고리즘은 더욱 투명해지도록 노력할 방침”이라며 포털 뉴스 전반을 문제 삼았다.

▲ 2019년 9월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 사옥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규탄하는 비공개 면담을 마친후 브리핑을 하고 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정치권의 압박이 거셀 때마다 포털은 뉴스 서비스에 힘을 줄이는 개편을 해왔다. 정치권이 실검 조작 논란을 제기한 이후 양대 포털이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했고 드루킹 논란 이후 네이버는 △ 모바일 첫화면 뉴스배열 포기 △언론사 구독 시스템 도입 △알고리즘 뉴스 배열 전면 도입 등 '대책'을 마련했다. 이번에도 가시적 개편을 하지 않으면 포털을 향한 압박은 이어질 전망이다. 포털사들은 뉴스 서비스가 아닌 다른 사업이 주축인 상황에서 뉴스를 빌미로 주요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해왔다.

뉴스 트래픽 감소·언론과 갈등·제재 무력화 상황

포털 입장에선 정치적 부담을 안고 뉴스 서비스를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대폭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복수의 포털CP (콘텐츠제휴) 언론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2023년 네이버 뉴스 트래픽이 전보다 크게 떨어졌다. 인터넷 콘텐츠 소비가 영상 중심으로 전환됐고,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뉴스 소비 감소, 정치적 이벤트 부재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네이버 뉴스 서비스 개편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유봉석 당시 네이버 이사는 “네이버에서 (이용자들이) 뉴스를 보며 머무르는 시간은 한 자릿수 퍼센트”라며 “실제로 (이익보다) 더 많은 걸 드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적 압박이 거세지고 뉴스 서비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추세가 이어지면 네이버의 뉴스 포기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특히 네이버는 올해에만 언론사들과 두 차례 정면 충돌했다. 부분적 아웃링크 서비스 도입에 따른 가이드라인의 적절성을 두고 온라인신문협회 등 언론사들과 갈등이 이어져 연기했다. 인링크 기사 URL·큐알코드 금지, 네이버 자회사에 뉴스 데이터를 언론 동의 없이 제공 할 수 있는 약관 개정안에 언론단체들이 반발해 철회했다.

이미 제평위의 제재 기능이 무력화된 상황이기도 하다. 2021년 연합뉴스 기사형광고 사태로 인한 제재에 반발한 연합뉴스가 가처분 인용을 받아 복귀했다. 이후 다수의 제평위원들이 입장문을 내고 네이버와 카카오에 '본안 소송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포털은 소송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제재를 받은 언론사들의 가처분 신청과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제평위원 출신의 B관계자는 “당시 제평위원들이 여러 차례 압박했지만 소송에 나서지 않아 제재를 받은 다른 매체들의 줄소송으로 이어졌다. 제재 권한 자체가 상당 부분 무력화됐다”고 했다.

법정기구화 부적절… 제평위 '폐지' 아닌 '개선' 필요

정부가 포털 제휴 심사 기구를 주도하는 김승수 의원의 법안이 발의되자 언론노조는 “포털 뉴스의 사회적 영향력 증대와 제평위 운영의 불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털 뉴스 서비스에 문제가 있고 제평위에 개선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법정기구화'와 같은 정부주도 논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민간 기업인 포털의 제휴심사를 정부가 주도하는 건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지난해 방통위 협의체에 참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통위 사무처는 법정기구화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끌고 갔지만 실제 다수 위원들은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면 역효과가 있어 관련 정책의 '권고' 기능 정도만 부여하는 입장이 다수였다.

▲ 2015년 9월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립 규명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만일 카카오가 탈퇴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자 진입과 퇴출 평가를 하는 제평위 이전 상황(2015년 이전) 으로 돌아가게 된다. 당시 포털은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 문제가 심각한 대형언론은 제재하지 않아 '대형언론사 눈치보기'를 한다는 비판이 많았고 '청탁에 따른 제휴'가 가능하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당초 제휴심사에 불신이 커 양대 포털이 합심해 독립기구에 제휴심사를 맡기는 제평위를 구성한 것이다.

이미 제평위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문제적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한 중소기업의 전 홍보 담당자는 “기사형광고를 주기적으로 내보냈는데, 연합뉴스 논란 때 잠깐 중단했다가 (가처분 인용) 이후에는 전처럼 하고 있다. 제평위가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공백기로 인해 '제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문제적 기사는 방치되고 있다. 이른바 짝퉁 제품 기사형광고, 불법 금융서비스인 '소액결제 현금화' 업체를 홍보하고 건당 200만~500만원을 받는 기사형광고 등 이용자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제재 대상 기사들이 포털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

제평위원 출신의 C관계자는 “제평위가 만족스럽다는 건 아니다. 내부에서도 논쟁과 이견이 많았다”며 “하지만 1~2개 단체가 일방적으로 이끌 수 없는 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평위 출범 이후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 행위가 크게 줄었고, 일부이긴 하지만 기사형광고 문제에 대응한 측면은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개선을 위해 2.0을 추진하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정성평가 비중을 줄이는 등 심사 방식의 개선, 투명성 강화, 새로운 유형의 기만적 행위를 잡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없애는 건 퇴행”이라고 했다.

[용어설명]

△ 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직접 실시해오던 언론사 제휴 심사를 공개형으로 전환하겠다며 공동 설립한 독립 심사기구. 심사 공정성 논란에 시달린 포털이 심사 권한을 외부에 넘기면서 논란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사 단체 중심으로 구성돼 초기부터 비판을 받았다. 출범 과정에서 시민단체, 변호사 단체 등을 포함해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다.

△ 검색제휴, 뉴스스탠드제휴, 콘텐츠제휴(CP) : 포털 뉴스 제휴방식. 검색제휴는 포털이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고 검색 결과에만 노출되는 낮은 단계의 제휴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 뉴스스탠드제휴는 검색제휴와 성격은 같지만 포털 네이버 PC 첫화면의 스탠드 구독을 운영할 수 있는 매체를 말한다. 콘텐츠제휴는 포털이 언론사의 기사를 구매하는 개념으로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는 최상위 제휴다. 포털 검색시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되지 않고 포털 사이트 내 뉴스 페이지에서 기사가 보이면 콘텐츠제휴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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