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대 부실은행 1·2위 인수···장관이 SOS치는 금융위기 '소방수' [글로벌 후]‘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3. 5. 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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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2008년 베어스턴스 등 처리 맡아
2014년엔 "부실은행 인수 후회"
올 은행위기 진행되자 FRC 품어
고액 자산관리 사업확장 성과로
시장 "남는 장사" JPM 주가 2%↑
저금리 대출채권 비용 등은 과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금융위기 최후의 승자,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에 대한 수식어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실패한 금융기관들을 인수하고 이를 통해 당시 3위 은행이었던 JP모건을 미국 최대 금융기관으로 키운 그의 지난 15년간 행보를 담은 표현들이다.

다이먼 회장은 2023년에도 은행이 혼란을 겪는 현장의 한가운데 서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번지는 혼란을 잠재우는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다 결국 미 예금보험공사(FDIC)의 요청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을 인수하게 됐다.

다이먼 회장의 이번 FRC 인수 결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행보와 닮아 있다. 당시 다이먼 회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의 요청으로 파산 위기를 맞은 베어스턴스를 24억 달러에 인수했다. 몇 달 뒤인 2008년 9월에는 파산한 미국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을 19억 달러에 사들였다. JP모건은 이 두 금융기관을 인수해 시가총액 1위 은행으로 올라섰다. 다이먼 회장도 위기를 진화한 업계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그러나 다이먼 회장은 훗날 당시의 결정을 후회한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 은행을 인수한 대가로 각종 소송과 추가 비용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쓴 2014년 주주편지에는 “아니요. 우리는 베어스턴스 때와 같은 일을 다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사회도 이제 제가 그런 전화를 받도록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설명

하지만 2023년 SVB가 붕괴하자 다이먼 회장은 또다시 전화를 받았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지원 요청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워싱턴뮤추얼 인수로 상처를 받았지만 다이먼 회장은 요청에 동의했다고 한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다이먼 회장은 수십 통의 전화와 미팅을 통해 은행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NYT에 따르면 최종 지원 금액이 240억 달러 규모로 가닥이 잡힌 순간에도 다이먼 회장은 다시 작은 은행에 전화해 참여를 권유하며 최종 지원 금액을 300억 달러로 늘렸다.

이 같은 행보에는 다이먼 회장 개인의 평소 신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9년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JP모건 최고경영자(CEO)이기 전에 한 명의 애국자”라며 “이것이 내가 정책 관련 활동에 엮인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각종 인수 결정은 애국심보다 사업적 이해득실에 따른 판단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FRC 인수도 JP모건에 남는 장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WSJ 등에 따르면 FRC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180억 달러 수준으로 자산이 더 많다. 더욱이 FDIC로부터 5년간 500억 달러의 신용 제공과 130억 달러의 손실 보전을 받게 된다. 다이먼 회장은 “기본적으로 가장 깨끗한 방법으로 매우 깨끗한 은행을 얻게 된다”고 평가했다. FRC 고객들이 대부분 부유층으로 대출 채권의 부실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고액 자산관리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 점이 최대 성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젊은 시절 다이먼은 자산 자문 비즈니스를 한 경험도 있고 2019년부터 이 분야에 힘을 실어왔지만 여전히 JP모건에는 경쟁 은행에 도전할 만한 자문단이 없다”며 “FRC의 자산관리 사업을 합병하고 지점 일부를 자산센터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2.14% 오른 JP모건 주가는 다이먼 회장의 판단에 대한 시장의 우호적 평가를 반영한다. 반면 입찰 경쟁 은행이었던 PNC파이낸셜 주가는 -6.33%, 시티즌스파이낸셜은 -6.85%나 하락했다.

저금리 대출 채권 처리나 소송, 추가 비용 리스크는 과제다. 다이먼 회장 역시 “저금리 모기지를 빠르게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의 혼란을 줄이는 역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그는 “작은 곳에서 문제가 더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조치로 대부분의 문제를 풀게 된 것”이라며 “위기의 이번 단계는 끝났다”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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