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은 더 이상 쟁점이 아니다[기자메모]

김지환 기자 2023. 5. 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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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열린 2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노동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세종|권도현 기자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 있는 미국 물류업체 UPS에서 일하던 안소니 리베라(20)는 최근 ‘투잡’을 뛰고 있다.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 말 AP통신에 “UPS에서 시간당 15달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공과금을 내고 식료품을 사기엔 충분치 않은 급여다. 결국 다른 일을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운동은 2012년 ‘최저시급 15달러를 위한 투쟁(Fight for $15)’을 슬로건으로 정했다. 이 운동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 단계적으로 최저시급을 15달러까지 올리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슬로건은 지금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시급 15달러로는 생계를 꾸려가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AP통신은 “처음엔 임금 인상에 기뻐하던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힘들게 얻은 성과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최근 뉴욕·캘리포니아·매사추세츠 등의 주에선 최저시급을 20달러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나오고 있다.

‘최저시급 15달러를 위한 투쟁’은 한국 노동운동에도 영감을 줬다. 최저시급이 4860원이던 2013년 한국의 알바연대는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출범했다. 2017년 대선 당시엔 여야 주요 대선후보들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올해 최저시급은 9620원이다. 코로나19,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논란 등으로 최저시급은 아직 1만원에 미치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최저시급 15달러 슬로건이 사실상 폐기된 것처럼 한국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구호다.

인플레이션이 올해보다 덜 뚜렷했고 코로나19까지 겹쳤던 2022년, 2023년에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 대비 5%가량이었다. 물가, 금리 인상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인상률은 적어도 5%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80원(3.95%) 이상 올라 1만원을 초과하는 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미 굳어진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관전 포인트’를 최저임금 1만원 돌파 여부로 꼽고 있다. 분명히 짚고 가자. 최저임금 1만원은 더 이상 쟁점이 아니다. 기본값이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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