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진가 JR "부조리한 세계, 공공예술로 뒤집을 수 있다"
기사내용 요약
롯데뮤지엄, '제이알: 크로니클스'展 3일 개막
뉴욕 브루클린에서 서울까지 140여 점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갤러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바로 도시의 벽들이지요!”
프랑스 출신 세계적 사진작가이자 거리 예술가 제이알(JR·40)은 '세상을 바꾸는 사진가'로 유명하다.
세상 속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거리 곳곳에 대형 흑백 사진을 전시하는그의 작품은 세상을 캔버스로, 예술을 통해 개인의 목소리를 밝히는 희망의 연대기다.
도시의 대형 빌딩, 빈민촌과 우범지역, 국경지대와 내전의 현장에 붙여진 대형 초상 사진들을 통해 그는 기존 관념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킨다.
제이알은 누구?
“2004 년 레부스케 지역 사람들의 얼굴을 처음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래드 리와 함께 이곳사람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었는데, 그들은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촬영 자체를 즐겼습니다."
'브라카쥐, 래드 리'는 '세대의 초상' 프로젝트의 첫 번째 사진이며 제이알 작업의 근간이 되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사진 전면에는 무기처럼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제이알의 친구이자 영화 '레 미제라블' 감독인 래드 리가 있다. 사진 뒤편에는 건물 벽에 붙어있는 제이알의 사진들이 보인다. 래드 리를 찍기 위해 제이알이 렌즈 초점을 맞추는 동안 동네 아이들이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며 다가왔고, 이 사진은 그 순간을 우연히 담아낸 것이다. 유색인종이 들고 있다는 이유로 카메라가 한순간 무기로 변모한 이 사진은 편향된 미디어가 우리에게 어떠한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지 잘 나타내는 작품이다.
그가 유명해진 건 2005년 10월 파리 외곽의 클리쉬수부와(Clichy-Sous-Bois) 소요 사태 때문이다.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파리 도심 곳곳의 건물 파사드(façade)에 거대한 초상 사진을 설치했다. 일명 '세대의 초상'으로 불리는 첫 프로젝트가 주목 받으면서 '제이알' 이름이 떠올랐다.
이후 대형 초상 사진을 공공장소에 부착하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특히 2011년 전 세계 4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이름 없는 세상의 그림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프로젝트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은 TED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세상을 변화시켰다. 장소의 상황과 결합해 만들어 내는 이미지를 통해 익명의 다수로 존재하는 구성원들의 개인성과 권리에 대해 다시 사유하게 한다.
“총알 하나로는 한 명의 사람에게, 사진 한 장으로는 백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루카스, '여성은 영웅이다' 설치 작업을 도운 모로다프로비덴시아의 젊은 주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을 넘나들며 서로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초상화를 붙인 '페이스 투 페이스(Face 2 Face)', 성차별을 겪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여성은 영웅이다(Women are Heroes)', 도시의 역사를 함께한 노년층에 대한 '도시의 주름 Wrinkes of the City' 등 전 세계 지역사회 주민들의 이야기를 알리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2011년 전 세계 4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이름 없는 세상의 그림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프로젝트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은 TED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세상을 변화시켰다. 장소의 상황과 결합해 만들어 내는 이미지를 통해 익명의 다수로 존재하는 구성원들의 개인성과 권리에 대해 다시 사유하게 한다.
2016년 루브르 피라미드를 뒤덮는 대형 작업에 이어 2017년 프랑스 누벨바그의 수장이라 불리우는 아그네스 바르다(Agnès Varda, 1928–2019) 감독과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칸느 골든아이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전역의 1,200여 명이 등장하는 '샌프란시스코 연대기'를 제작하고, 뉴요커 1100여 명의 초상과 이야기를 담은 '뉴욕 연대기'를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개최한 대형 회고전에서 선보였다. 수많은 인물 사진을 콜라주 한 작품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다양한 인물의 개인 관점과 경험을 담아 구성원들의 고유한 개별적 존재로의 인식을 조명한다.
"나는 예술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 예술을 선보이고 싶다. 그 곳의 사람들과 함께 엄청난 프로젝트를 벌이고, 그들이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싶다.”
그의 20년 행보를 조망하는 전시가 롯데뮤지엄에 마련됐다. 3일부터 '제이알: 크로니클스 JR : CHRONICLES'전을 펼친다. 2019년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을 시작으로 2022년 독일 뮌헨 쿤스트할레(Kunsthalle Munich)에 이은,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제이알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사진 작품과 영상, 아나모포시스(왜상,anamorphosis), 휘트 페이스트 업(wheat paste-up, 콜라주처럼 이미지를 잘라 붙인 작품) 등 140 여점을 선보인다. 서울 전시를 위해 작가가 작업한 롯데뮤지엄 안에서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아나모포시스 작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여러분도 세계적인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위해 의사를 표현하길 바랍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힘을 합쳐 세계를 뒤집을 수(inside out) 있습니다."(JR). 전시는 8월6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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