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첫 회의부터 '난타전'...민주노총 "권순원 사퇴" vs 권순원 "사퇴 못한다"
노동계 "논의 비공개 법·규정 없어...최저임금 노동자에 공개해야"
경영계 "1만2000원 수용불가...업종별 구분적용 논의 시작해야"
공익위원 "사퇴 요구는 부당한 압력, 업무수행 방해"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2024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사용자위원 간 격한 설전으로 그 막을 올렸다. 노동자위원은 앞서 지난달 18일 파행을 불러일으킨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자진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앞선 회의 파행에 대해 박준식 위원장의 책임을 묻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고,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회의 무산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의도와 주장이 맞고 틀림을 떠나 실력행사로 회의가 무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이날 회의에는 최저임금위 위원 전원이 참석했고, 정부 측 특별위원 3인까지 30인이 모두 참석했다. 당초 1차 회의는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지만, 노동단체들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교수의 ‘공정성’을 문제삼으면서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위원장과 다수 공익위원이 퇴장하면서 회의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에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는 예년보다 늦게 첫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박준식 위원장은 “지난 4월 18일 전원회의 개최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방지를 당부했다. 이어 “올해 우리나라 경제 글로벌 긴축기조와 우크라이나사태 등 국내외 어려움으로 인해 불확실성 높은 가운데 성장률 둔화,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소상공인 저임금근로자 어려움 심화될 것”이라며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회 최저임금에 대한 각계각층 목소리 담는 구심점이 돼야 하며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세심하게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이런 노력 통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합리적이고 수용 가능한 최저임금액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내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한 노동계는 공익위원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강조했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2년 연속 최저임금을 공익위원안으로 결정했고, 지난해 인상률은 물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실질임금이 삭감됐다”며 특히 “물가통계를 4.5%로 잡아 물가폭등시기 잘못된 물가예측을 하면서 노동자 생계비에 부합하지 않는 오래된 통계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IMF)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5% 낮추면서 성장률 둔화의 주요인으로 내수침체를 지목했다”며 “쓸 돈이 없는데 내수활성화를 하겠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일 근로자의 날 분신한 건설노조 근로자가 이날 사망한 것에 대해 “비통한 심정으로 전원회의에 참석한다”고 입을 뗐다. 근로자위원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1차 회의를 소집하고 불참해 회의를 무산시킨 박준식 위원장의 공식사과를 요청한다”며 권 교수 사퇴를 다시금 요구했다. 박 부위원장은 “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과 상생임금위 부위원장을 하면서 69시간 개악안 만들고 윤 정부 대변하면서 경영계의 요구를 받는 자를 어떻게 신뢰하고 공정하고 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냐”면서 “(지난 회의)이에 대해 설명했어야 하는 박준식 위원장은 퇴장을 요구하며 회의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역할을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박 부위원장은 최임위의 공개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지난 4월 18일 최임위가 무산된 배경에는 합의되지 않은 사람이 참석했다는 것이 이유”라며 “최저임금의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심의과정 내용을 왜 알 수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최저임금 법에도 비공개를 한다는 것은 없고, 운영규정에도 그런 규정이 없다”며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공정성과 독립성 문제가 나오는 상황에서 투명한 심의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사 간의 주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공익위원을 비롯한 위원들의 주장과 근거에 대해 시민들의 국민들의 알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전원회의 공개를 요구했다.
사용자위원 측은 노동계가 요구한 24% 인상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우리 경제를 덮쳤던 어려운 상황 고물가, 고환율 여전하고 최근 경제성장률 1%중반대라는 암울한 전망이 계속되는데도 노동계는 최저임금 24%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며 “코로나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 인상을 해왔고, 소상공인 중소영세사업자는 한계상황 다다랐다는 측면에서 노동계 요구하는 주장은 현실 도외시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해선 “한번도 유의미한 결정을 한 적이 없다”며 “정부 연구검토도 있었던 만큼 논의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중소기업 대출이 5조8000억원 증가한 900조원대“라고 말했다. 고금리로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 기준 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원을 넘었고, 56.4%가 다중채무자로 한계차주로 추정된다”면서 “공공요금 인상,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영상황은 가시밭길”이라며 “소규모 사업장은 근로자와 사용자 구분없이 같이 일한다”며 “자영업자 노동소득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 “대폭인상은 어렵다”며 “기업이 문을 닫으면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손해”라고 말했다.
이날 노동계가 사퇴를 요구한 당사자인 공익위원 간사 권순원 교수는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임위는 노사공이 동수 참여하는 의사결정 기구로 독립성 보장을 위해 임기 위촉 해촉 절차를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저는 노동문제에 대한 학식, 경험을 토대로 법령상 적법절차로 임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견이 다르더라도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것에 기반해서 최저임금 수준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의 외 압력은 공익위원 전체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라고 생각하고 업무수행 방해”라며 “더 이상 사퇴요구를 자제하고 심의가 틀 안에서 논의되길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모두발언 이후에도 노동계는 박준식 위원장과의 설전을 이어갔다. 박희은 위원은 추가 발언기회를 얻어 “위원장 공식사과를 요청했다”며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했지만, 박 위원장은 “사과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전원회의에선 비혼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임금실태 등 분석,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 등 심의기초자료를 전문위원회에 심사 회부했다. 또 부위원장으로 하헌제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을 선출했다. 아울러 노·사·공익으로부터 추천받은 운영위원으로 류기섭·박희은(근로자위원), 류기정·이명로(사용자위원), 권순원(공익위원)을 지명했다. 전원회의 일정과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사업장 방문일정 등을 논의했다.
한편, 제2차 전원회의는 오는 25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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