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은 한-미 동맹 아닌 한-미 불신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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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선언은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업그레이드된 것."
윤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동맹은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거듭 강조했고, 이종섭 국방장관 등은 "워싱턴 선언은 제2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 자찬했다.
우선 워싱턴 선언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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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선언은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업그레이드된 것.”
윤석열 대통령이 4월28일(현지시각)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동맹은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거듭 강조했고, 이종섭 국방장관 등은 “워싱턴 선언은 제2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 자찬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과장광고를 넘어 허위광고에 가깝다.
우선 워싱턴 선언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워싱턴 선언을 한·미 양국에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과 국제법적 구속력을 지닌 상호방위조약에 견주는 건, 좋게 봐줘도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미동맹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라는 ‘핵억제’를 포함한 동맹이다. 가깝게는 2021·2022년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만 봐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는 문구가 반복 명시돼 있다.
사실 워싱턴 선언은 한·미의 공식 설명과 달리 ‘동맹의 신뢰’가 아닌 ‘동맹의 불신’을 동력으로 한 문건이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의구심,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윤 대통령(1월11일 외교·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발언)을 향한 미국의 불신이 그것이다.
정부가 워싱턴 선언의 알짬으로 꼽은 건 △핵협의그룹(NCG) 설립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목적지가 아닌 항구에 잠시 들름)이다. 회담 전 정부가 기대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핵공유’가 아닐 뿐더러 기존 ‘확장억제’와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대신 미국은 윤 대통령한테서 핵확산금지조약(NPT)·한미원자력협정 의무 준수라는 ‘자체 핵무장 포기’와 함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범위 제한’ 공약을 받아냈다. 핵확산금지조약 준수는 재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국제사회를 향한 대한민국의 약속이다.
요컨대 워싱턴 선언은 ‘동맹 불신’이 낳은 동어반복 선언이다. 한미동맹에 오랫동안 깊이 관여해온 한 원로 인사는 “당연한 일을 문서로 명시할 만큼 요즘 한·미 사이에 불신이 깊다는 반증”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불신’이 큰 쪽이 먼저 움직였을 터. “(워싱턴 선언이라는) 별도 문서를 만들자는 건 미국 쪽 아이디어”라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의 지난 1일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수의 전직 정부 관계자가 “바이든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핵무장 포기’ 확약을 받았다는 게 워싱턴 선언의 숨겨진 본질”이라 짚은 까닭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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