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스타레일 "SRPG 대중화 이끌어낼 글로벌 흥행작"
호요버스 신작 '붕괴: 스타레일(이하 스타레일)'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시 2일차 만에 글로벌 흥행 930만 달러(약 125억 원)를 돌파하며 순식간에 메가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원신'의 인기 캐릭터 '라이덴 쇼군' 매출 950만 달러를 단 이틀만에 따라잡은 셈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구글 매출 3위에 올라있다.
스타레일은 그동안 호요버스가 쌓아온 노하우의 '정수'가 느껴지는 게임이다. SRPG를 이렇게 대중적인 맛으로 풀어낸 게임이 또 있을까. 전작 '붕괴3rd', 원신 등의 성공 요인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 비결로 보인다.
스타레일의 콘텐츠는 전투 방식이 실시간에서 턴제로 바뀌었다는 것만 제외하면 이전과 비슷하다. 전작을 해봤던 게이머라면 이를 쉽게 눈치챘을 것이다. 실시간 전투에서 '턴제 전투'로 재료가 바뀌니 완전히 다른 풍미가 느껴진다.
큰 틀에서 보자면 원신을 통해 완성한 필드를 돌아다니며 퍼즐을 풀고 보물상자를 찾아다니는 포맷을 붕괴3rd식 '오픈월드' 콘텐츠에 녹여냈다. 거대한 월드를 하나로 묶어내기보단 붕괴3rd처럼 한정된 지역을 오픈월드처럼 꾸몄다는 얘기다.
은하와 행성을 무대로 한 스타레일에 어울리는 시도다. 이를 원신처럼 하나의 필드에 다 담아내기엔 무리가 있을 테니 말이다. 여러 행성을 개척해나가며 '스텔라론'을 회수하고 베일에 싸인 우주의 비밀을 풀어나간다는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제아무리 호요버스라도 턴제 전투가 다루기 쉬운 재료는 아니기 때문이다. 훌륭한 캐릭터와 뛰어난 세계관이 있다고 한들 결국 메인 콘텐츠가 재미없다면 부질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스타레일은 과감한 시도를 했다. 스테이지 구조, 턴제 기반 게임 특유의 긴 호흡 등 기존 SRPG의 고전 문법은 과감하게 버렸다. 유저들이 왜 턴제 전투를 외면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했다. '요즘 세대' 입맛에 맞게 지루한 부분은 쳐내고 흡사 실시간 전투를 보는 것 같은 연출로 단점은 가렸다.
장르 : SRPG
출시일 : 2023년 4월 28일
개발사 : 호요버스
플랫폼 : PC / 모바일
■ 원신과 붕괴3rd 장점을 적절히 조합한 필드 콘텐츠
스타레일은 붕괴3rd와 같이 각 필드의 경계를 명확하게 설정한 제한된 필드로 이뤄졌다. 스토리 진행에 필요한 부분만을 보여준다. 그래서 최적화는 굉장히 깔끔하다. 어느 곳을 가도 버벅임이 전혀 없다.
한정된 공간이라도 있을 것은 다 있는 점도 훌륭하다. 각 필드를 밀도 높게 담아놨다. 스토리를 더욱 깊게 알 수 있는 서브 퀘스트부터 보물상자와 같은 맵 탐사요소, 그리고 '강적' 등의 도전 콘텐츠까지 말이다.
볼륨으로만 따지면 전작의 원신보다 풍성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물론 이 같은 요소는 주재료보다는 향신료에 가깝다. 턴제 전투 게임을 보다 대중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장치다. 누군가는 '재탕'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든 것은 모두 이 덕분이다.
적절한 오픈월드 콘텐츠 양은 두 성향의 유저 모두를 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턴제 전투는 좋아하지만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유저에게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모험과 탐색을 좋아하는 유저도 "턴제지만 한 번 해볼까"라고 감내하게 만든다.
스토리와 모험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위해 '아카이브' 시스템이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스토리의 설정과 개념 등을 숨겨진 요소를 통해 말해주는 콘텐츠를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탐험을 딱히 선호하지 않는 유저들은 굳이 할 필요 없는 '선택적 요소'다. 호요버스는 "원신만큼은 아니지만, 너희 같은 성향의 유저들을 위해 준비했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타레일과 같은 서브컬처 게임은 사실 스토리 뺴면 시체인 경우이 많다. 그만큼 중요한 요소지만 누군가에게는 귀찮고 피곤할 수 있다. 메인 스토리는 딱 게임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풀어내고, 세부 설정을 아카이브를 통해 세밀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훌륭한 판단이었다. 더욱이 아카이브 요소를 찾으러 다니는 것도 '모험'의 과정일 것이다.
■ 익숙한 맛이지만 턴제라서 새로운 전투 콘텐츠
신작이라할지라도 캐릭터 육성 구조부터 UI까지 원신을 빼놓고 논하긴 어렵다. 스킬 구조와 무기(광추), 그리고 성흔과 유물까지 모두 동일하다. UI까지 복붙을 했으니 대부분의 유저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복붙' 시도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이머가 스타레일에 편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라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적어도 전투에서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Z세대가 RPG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라고 한다. 머리 식히려고 하려는 건데, 게임에서까지 공부를 하기는 귀찮다. 원신은 과장 조금 보태서 게이머 중에 한 번쯤은 해본 사람이 아예 안 해본 사람보다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쉽게 스타레일에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스타레일의 턴제 전투는 여타 SRPG와 마찬가지로 속성이 핵심이다. 다만, 기존작들과는 살짝 다른 점이 존재한다. 바로 '약점 격파'다. 약점 속성으로 공격 시 적의 '강인성'이 감소된다. 강인성 게이지가 0이 되면 약점 격파가 발동하는 방식이다.
약점 격파가 발동한 적은 강인성 게이지가 다시 회복되기 전까지 피격 피해량이 증가하며 그로기 상태에 빠진다. 그로기 상태가 되면 행동 순서(턴)가 밀린다. 아군이 먼저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또한 격파 속성에 따라 추가 효과를 받는다. 또한, 역상성이 없다.
신선한 시스템은 맞지만 "좋은 시스템인가"에 대해서는 유저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기존 SRPG는 약점 캐릭터가 없어도 어느 정도 비벼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스타레일은 약점 격파를 시킬 수 있는 속성이 없으면 길거리 강적 하나 잡기 벅차다.
물론 오픈스펙의 스타레일에는 좋은 4성 캐릭터도 많고, 하나의 몬스터가 여러개 약점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크게 문제될 사안은 아니다. 어찌됐건 상대 약점 격파와 아군 상황을 고려하여 파티를 짜고 스킬 분배를 하는 것이 스타레일 전투의 핵심이다.
전략은 깊지만 허들이 높지는 않다. 같은 턴제 전투 게임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턴제 게임에서 1턴은 굉장히 중요하다. 큰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한 장르인 만큼 실수가 그림을 망가트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리스크는 턴제 게임에 허들을 높이는 결과로 작용했다. 스타레일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바로 '필살기'다. 물론 "모든 게임에 흔히 있는 필살기가 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스타레일의 필살기는 턴의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랑블루 판타지', '옥토패스 트래블러', '파이어앰블렘' 등 모든 SRPG 장르 필살기는 자신의 턴에 필살기를 사용하는 구조다. 즉, 변수 대처에는 사용하기 힘들다.
반면, 스타레일은 행동 순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갑자기 점사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한 캐릭터를 회복 필살기를 통해 커버하는 등의 대처가 가능하다. 정규 턴을 소모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전투 돌입 시 추가효과를 받을 수 있는 '비술' 시스템도 그렇다. 물론 보스전과 같은 엔드급 난이도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메인 스토리 중에서는 체감 난이도를 크게 낮추는 역할을 한다.
■ 기존 서브컬처 문법 따른 파밍 콘텐츠
일일 콘텐츠는 여타 서브컬처 게임 틀에서 벗어나진 않는다. 서브컬처 게임의 문법과 틀은 정형화된 편인데, 스타레일 역시 이를 따랐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익숙함을 택한 것이다.
메인 스토리나 탐험 요소까지 끝냈다면 스타레일 역시 하루에 한 번 접속해서 개척력을 소모하고 몇 가지 일일 퀘스트만 하고 접속종료를 누르는 '분재' 게임이 된다. 원신도 그렇지만, 이런 류 게임은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즐기는 게 안성맞춤이다.
퀘스트나 콘텐츠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육성 재화를 파밍하기 위해서다. "스타레일 재화 왜 이렇게 부족해요"라는 질문이 종종 보이지만 한 번에 여러 캐릭터를 키워야하는 오픈 초기에는 재화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나중에는 쌓이기도 하고, 신규 캐릭터만 키우면되니 전혀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주요 파밍 콘텐츠 역시 원신과 비슷하다. 일종의 '비경'과 같다. 개척력을 소모해서 던전에 입장, 완료하여 캐릭터/광추 경험치 재화, 혹은 장비 등을 파밍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많은 개척자들이 경험치 수급을 위해 돌고 있을 것이다.
도전 콘텐츠도 있다. 로그라이크 요소가 가미된 '시뮬레이션 우주'다. 난이도는 상당히 어려운 편이며 후반 입장 레벨 커트라인도 높다. 붕괴3rd의 '과거의 낙원'과 비슷한 유형의 콘텐츠라고 보면 된다.
적을 처치할 때마다 '축복'이라는 버프 중 하나를 선택하고, 던전 내에서 얻는 재화를 통해 이를 강화시킨다. 탐사 진도에 따라 일정 점수를 획득하고 더 높은 점수를 올릴수록 더 희귀한 보상을 받는 구조다.
최대 점수에 도달해도 계속 진행 가능하다. 첫 클리어 보상은 1회만 얻을 수 있고 다회차 도전 시 추가 드랍에 명시된 보상을 무작위로 얻을 수 있는 구조도 과거의 낙원과 흡사하다. 숙제이면서도 도전 콘텐츠의 역할을 수행하며 전작에서 호평을 받았던 만큼 이를 스타레일에 각색해서 잘 끌고왔다.
스타레일도 파밍 콘텐츠는 일정 궤도에 오른 순간부터 자동으로 돌려도 쉽게 깰 수 있다. 초반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도 나중에는 자동 돌려놓는 것도 귀찮아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도전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을 추천한다.
1. 오픈월드 필드 콘텐츠 등 대중적인 콘텐츠를 대거 도입했다
2. 약점 격파 시스템 등 스타레일만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흥미 유발한다
3. 라이트 콘텐츠를 지향하여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1. 정통 SRPG를 원하는 유저 취향에는 안 맞을 수 있다
2. 붕괴 시리즈 특유의 고유명사 탓에 초반 스토리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anews9413@gametoc.co.kr
Copyright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